바닥은 딱딱하고 마음은 허술하다.
공항에 올 때마다 저런 곳은 누가 가는 걸까. 싶었던 곳으로 잡혀와 핸드폰도 없이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졌다. 그저 검사를 위한 대기의자였지만 어린 시절 그 의자의 악몽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직원은 내게 ‘스마트워치도 보지 말고 물건에 손댈 생각도 하지 마’라며 으름장을 놓고 한참 뒤에 핸드폰을 들고 돌아왔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여기에 이런 동굴이 있었다니!’ 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찾는 내게 핸드폰의 귀환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그 핸드폰이 내 손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직원은 돌아와 내 가방을 전부 검사하겠다고 했다. 1년 이상 체류를 목적으로 왔기에 짐은 이미 과부하. 저걸 또 다 열어서 검사한다 생각하니 DNA 깊숙하게 박혀있던 귀찮음이 두려움을 앞질러 걸었다. 그렇다고 거부했다가는 워홀을 즐기기도 전에 뉴질랜드 교도소부터 즐기겠지 싶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은 꼼꼼히 모든 가방을 검사한 후에 무전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다. 리스닝 스킬을 끌어모아 들은 바로는 나를 마약밀반입으로 의심한듯했다. 지저분하게 묶인 오렌지색 머리. 정신 사납게 두리번거리는 모습. 입국신고서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 나라도 마약사범 같겠구나 싶었다.
한참 무전을 주고받던 직원은 다시 어디론가 갔다가 한참 후에 돌아왔다. 내 노트북 두 개와 태블릿 PC, 핸드폰을 늘어놓고 이곳 어디에도 마약이나 문제가 될만한 게 없어야 할 것이라며. 확실하지?를 수어번에 걸쳐 물었다. 그러다 보니 없는 죄도 자백할 것 같더라. 그렇게 불안할 필요 없는 불안한 시간이 지나고 나는 드디어 그곳에서 안전하게 풀려날 수 있었다. 그때는 이미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