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질 일은 틀어지기 마련이다.
태국의 여름은 끝을 알 수 없었고 나는 그만큼 웃었다. 새벽의 복판에서도 땀은 흘렀지만 술에 취한 나는 여름의 성실함을 극찬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5개월, 나는 친구와 여름의 성실함을 두고 뉴질랜드로 떠나야 했다. 수년 전 취소되었던 게 분명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다시 발급되었기 때문이다. 계획은 예약이 없고 틀어질 일은 틀어지기 마련이었다. 그 당시에는 뉴질랜드의 ‘ㄴ’ 자도 보기 싫었던 지라 여전히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그래도 비자에 쓴 비용과 시간이 아까웠던지라 과감히 작열하는 새벽과 비도 씻어내기 벅찬 더위를 뒤로하기로 했다.
친구는 더러 서운해하는 것 같았지만 미안함과 결정은 별개의 문제였다.
5개월의 긴 태국의 음주여행을 끝내고 잠시 한국에 들른 후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탔다. 태국에도 짐이 조금, 한국에도 짐이 조금. 이곳저곳 짐을 마음껏 뿌려놓은 상태로 나는 반팔티 몇 장과 가벼운 재킷 한 개를 걸치고 호주에 들렀다. 오랜만에 찾은 호주에는 나를 분명하고 열렬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내게 식량을 베풀고 잘 곳을 나누고 때로는 돈을 우격다짐으로 안겨주기도 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이었다. 바람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 처음 도착한 웰링턴 공항에서 나는 무려 3시간을 잡혀있었다.
세관검사를 하는 곳 앞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을 눈치챘고 앞에 서있던 직원에게 이미 지나온 곳에서 핸드폰을 놓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알아보겠다고 하며 그전에 먼저 입국신고서를 좀 보여달라고 했다. 짐은 많고 핸드폰과 정신은 없고 기다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작성한 입국신고서를 못 찾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이미 이 전에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할 때 여권이 읽히지 않아서 혼자 한참 줄을 서 면대면 여권 체크 및 보험 체크 비자 체크, 인터뷰까지 한 상태라 진이 빠질 만큼 빠져있었다. 겨울의 웰링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세관직원에게 잡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