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선율 | 제임스 휘슬러

단단한 마음을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by 야자수

https://youtu.be/ft3YmqqA3iY?si=aTjTMBFH1VWwFttj


때때로 저는 휘슬러의 그림 앞에 오래 머뭅니다. 형태보다 분위기를 더 사랑했던 그가, 템스강의 풍경을 그렇게 아련하게 그려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그의 녹턴 연작에서 다리도, 건물도 선명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지요. 마치 새벽안개 속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처럼요. 윤곽은 흐릿하고, 색채는 공기처럼 퍼져 나갑니다.


휘슬러의 회화적 접근은 The Social Network의 OST, "Hand Covers Bruise"와도 닮아 있습니다. 단 몇 개의 피아노 음만으로도 영화 전체를 감싸는 정서를 만들어내는 곡. 필요한 멜로디만 남겨둔 채 듣는 사람의 감각 속으로 스며드는 곡. 휘슬러의 녹턴이 세부적인 형태 대신 공간과 분위기를 남긴 것처럼, 이 곡 또한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더 넓은 여운을 만듭니다.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을 뚜렷하게 보려 하지요. 어떤 형태인지 확실히 알아야 안심이 되고, 감정도 선명하게 정의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흐릿한 감각 속에서 더 많은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냥 그 순간에 머물러 보는 것. 어떤 날은 그게 더 깊은 경험을 남깁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그런 여백을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강한 선율을 남기기 보단 잔상을 만들고, 곡과 곡 사이의 침묵으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곡들입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또렷하게 보려고 애쓰기보다, 그대로 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남겨지는 소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Hand Covers Bruise (The Social Network) - Trent Reznor & Atticus Ross

Sleeping Lotus - Joep Beving

On the Nature of Daylight - Max Richter

Metamorphosis: One - Philip Glass

Merry Christmas Mr. Lawrence - Ryuichi Sakamoto

Nuvole Bianche - Ludovico Einaudi

Comptine d'un autre été, l'après-midi - Yann Tiersen

Gymnopédie No.1 - Erik Satie

Nocturne No.6 in D-flat major - Gabriel Fauré

Nocturne Op.9 No.2 - Frédéric Chopin


- 이 글에 사용된 작품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jamesabbottmcneillwhistl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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