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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an 15. 2022

막내작가 세 번째 이야기

수동적인 사람

두 번째 이야기 끝맺음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일의 발생이었으니 세 번째 이야기는 그 부분부터 시작을 해야겠다. 수동적인 사람이 돼버렸다.

               

막내작가 일을 하기 전 내가 했던 일은 음식점에서 1년을 먹고 자며 일했다. 사장님과 아는 사이여서 사장님이 나에게 거의 가게를 맡기는 수준으로 일을 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일은 시키기 전에 해야 한다. 능동적인 사람. 아르바이트생을 불렀을 때 돈을 주고 불렀는데 손님이 없다고 앉아있는 거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돈은 아니지만..) 사장님도 나에게 저렇게 앉아만 있게 하면 안 된다고 내일 미리 할 일이 있으면 알바한테 시키라고 말을 했고 그래서 앉아있는 알바에게 일을 시키기도 했다. 그 후 사장님은 나에게 말씀하시길 시켜야 일하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뭐라도 찾아서 하라고 말씀하셨고 그렇게 1년을 지냈다. 그렇게 능동적인 사람에 익숙해졌다.   

             

사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은 뭘 할지 몰라서 앉아있던 거 같았다. 내가 작가 일을 시작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고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가게에서 일할 때 사장남이 말했던 게으른 사람 그게 바로 나라니.... 10시 30분 출근을 해서 앉아있었다. 자료조사도 다 끝냈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20분을 멍하게 앉아만 있다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서브작가님한테     

카톡을 했다.               

"작가님....."     

"응? 무슨 일 있어??"     

"너무 죄송합니다... 출근을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진짜 저 카톡을 보낼 때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일을 찾아서 해도 모자랄 판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3분쯤 지났을까 카톡이 왔다. 

              

"뭘 그리 죄송해 ㅋㅋㅋ 시킨 게 없으니 당연하지"

               

사실 시킨 게 없어도 찾아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근데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니 찾을 수도 없었다. 29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열심히 삽질하는 거다. 안 하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낭비하는 내 꼴을 보니 진짜 너무 화가 나고 쓸모없는 사람 같았다. 돈을 받고 일하는데 그 값어치를 못하는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월급루팡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들은 적어도 자기가 할 일은 뭐인지 알고 있으니까... 저렇게 말하고 임무가 들어왔다. 그 임무를 꼬박 하루를 수행했다.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지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나니 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 차라리 일을 줄 때 왕창 줬으면 내가 물어볼 일도 없을 텐데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다가 삽질했네 라는 소리 듣는 게... 너무 싫고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창피해도 물어봤다.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에는 

꼭 죄송하다는 말을 붙이면서... 그렇게 일을 하던 중 서브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죄송할 거 없어 막내니까 처음이니까 뭘 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해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뭐 해야 할지 알려줄게" 

   

그렇게 시키는 일을 했다.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하지 않는 일이니 시키는 일이라도 잘해야지 생각하면서 진짜 최선을 다해서 끝마쳤다. (사실 자료조사에 끝이 어딨을까.. 파면 팔수록 나오는 것을..)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 꼭 말을 해야만 하니? 


이런 뉘앙스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으셨다.

막내니까 당연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맞고 실수도 할 수 있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으니까 시키는 거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도 다 겪어서 무슨 기분인지 아니까 너는 지금 너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지금은 시키지 않아도 뭘 해야 할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게 맞는 일인지 아닌 일인지 확신은 안 서서 이거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면 이제 시키지 않아도 잘하네^^? 라는 답변을 해주신다.

수동적인 사람에서 능동적인 사람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는데 7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수동적인 사람으로 시작해야 한다. 막내작가로 일을 시작한 분들에게 감히 말씀드리자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맞다.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를 갉아먹지 말자 아직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우리는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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