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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an 30. 2022

막내작가 네 번째 이야기

섭외를 시작했다

한 달 정도 하다 보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다. 매달 첫째 주에 방송이 나가면 녹화 전까지 그 자료를 넘긴다. 그 자료를 넘기면 매달 둘째 주에 나가는 방송에 자료를 조사해서 넘긴다. 앞으로 계속 쭉 나는 자료조사만 하다가 그만두게 되는 걸까..라고 생각이 드는 찰나 자료조사와는 전혀 다른 업무가 나에게 주어졌다. 


사례자를 찾아야 한단다. VCR이 나가는데 스튜 주제와 맞는 VCR사례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에 나는 일단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하고 어떻게 하는지부터 물어봤다. 일단은 스튜디오 주제에 맞는 사례자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주제에 맞는 곳을 싹 리스트 한 후에 하나하나 전화해 가면서 촬영 내용을 설명하고 일정을 잡으면 된다고 했다. 사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쉬운 거 같았다. 하지만


역시 순탄하게 진행될 리 없었다. 솔직히 바로 오케이 할게요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곳은 없었다. 프로그램명이 뭔지 언제 방영하는지, 페이는 얼마인지, 촬영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셨다. 처음 섭외하는 내 입장에서는 방송에 나가면 홍보도 되고 좋은 게 아닌가? 했는데 촬영 시간 내내 다른 일은 못하고  자칫 잘못하면 본인들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수 도있다는건 내 안중에도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자세한 촬영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  그냥 섭외만 하는 건데 저런 질문이 하나둘씩 쏟아지니 어버버 하다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저는.. 섭외만 하는 거라... 자세한 건 모르고... 어... 담당 작가님께 선생님 연락처 남겨드려도 될까요? 만 하고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섭외 리스트를 찾았다. 두 번째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처음 통화했을 때 당했던(?) 질문에 대비를 해놓고 내 메모장에 써놨다.

프로그램명, 방영 날짜, 페이, 촬영 시간 이렇게 써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난 다음다음 곳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OOO 프로 OOO작가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OO주제로 선생님네 촬영을 가고 싶은데

  페이는 oo이고요 혹시 촬영 가능하실까요?"

"페이가 너무 적네요"

"아... 잠시만요 제가 섭외만 하고 있어서 페이 부분 관련해서는 다시 얘기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다시 연락 주세요"


저 답변은... 내 리스트에 없었다. 페이가 적다라.. 내 메모장에 없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오면 

습관처럼 다시 알아보고 연락드린다는 게 습관 됐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저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봤다.


"작가마다 다르지만 재민이 너는 바로 촬영을 한다고 말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은  우리가 어떤 프로인지 내가 누구인지 밝히고 페이 같은 경우에는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얘기하다가 하는 편인데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당황하지 말고 너 방식대로 해봐^^"


사실 평일에는 작가일 주말에는 돌잔치 행사 MC를 하면서 말하는 부분에서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저런 질문이 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 틀에 맞추기로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섭외이유:

섭외하는 목적과 내용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봤다. 촬영하는 내용과 더불어 내용에 맞는 내용에 전문적 가시니 잘 설명해주시면 홍보도 도움이 되지 않으실까? 그래서 촬영을 하고 싶다.


페이가 적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라 일단 부족하다고 하시면 원하시는 페이 말씀해주시면 그 부분 회의를 해서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다.


촬영 시간:

거짓말은 하면 안 되니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저는 섭외만 하고 촬영은 피디님들이 나가신다. 그래서 몇 시간이 걸릴지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  본업에 시간을 많이 뺏으면 선생님들도 불편하시니 최대한 빠르게 끝낼 수 있게 하겠다. 대신 협조를 잘해 주실수록 빨리 끝나지 않을까요?


나름 정리를 마치고 다시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운 좋게도 좋으신 분이었다. (섭외를 응하지 않았다고 나쁜 분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섭외이유부터 페이 촬영 시간까지 상세히 설명드리니 흔쾌히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촬영 일정을 잡고 저는 촬영 가능 여부를 섭외하는 거고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시니 자세한 건 담당 작가님께

연락처를 남겨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서브작가님께 연락처를 넘기고 서브작가님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고 전화를 마치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굿! 하신다고 하네요 고생했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기쁨이란. 내가 처음으로 섭외한 사람이 촬영을 하고 방송에 나간다. 섭외를 성공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해냈다는 안도감에 하루 종일 행복하게 있었다. 그 뒤로도 섭외는 계속됐다. 사례자, 업체 등등

주제에 맞는 사람을 찾고 섭외를 하는 중 점차 섭외하는 실력(?)이 늘어간다고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제일 기뻤던 건 이제 자료조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나에게 맡겨준다는 것에 기뻤다.

물론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서브작가님들이 항상 도와주셔서 무사히 잘 끝마쳤다.

그렇게 점차 자료조사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시작하게 됐다. 점차 자신감이 붙어가던 중 작가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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