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답장
엄마의 답장
아들아
네 편지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내가 기저귀를 어디 숨겨놨다고? 아이고, 내가 언제 그랬을까. 그런데 너는 결국 찾아냈구나. 어린 시절 네가 집안 물건을 이리저리 숨겨놓고 나 몰래 장난치던 게 떠오른다. 그때마다 내가 못 찾게 하려고 물건들을 여기저기 감춰두곤 했지. 네가 울상 지으며 찾지 못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숨기고, 네가 찾는구나. 세상은 참 묘하게도 돌고 도는 법이지.
요즘 나는 내 기억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단다. 어떤 날은 네 이름이 혀끝에 맴돌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어떤 날은 네 얼굴마저 낯설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신기한 건, 네 손을 잡으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분명해진다는 거다. 이 손이 누구의 것인지, 이 따스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내 머리는 몰라도 내 심장은 기억해 주는 모양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두렵기도 하단다. 조금씩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하지. 하지만 네가 말했듯, 존재는 기억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나도 조금씩 알겠다. 눈앞에 햇살이 흘러드는 순간, 네 웃음소리가 부엌에 퍼지는 순간, 생선구이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 나는 비록 과거를 잊어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들아, 네 말이 맞다. 사라진다는 건 지워지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거다. 기억도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물소리와 바람은 여전히 남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과거를 붙잡으려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이 순간, 네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네가 나를 부르며 웃어줄 때, 나는 그 웃음만으로 세상이 가득 찬다. 내가 모든 걸 잊어도, 너는 내게 언제나 아들이고, 나는 언제나 네 엄마다. 이 사실은 결코 흐려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 바람이 커튼을 흔드는 걸 보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렁이며 흘러가는 중이다.”
그리고 곁에서 네가 웃고 있었으니, 그 흐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겠다.
늘 네 곁에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