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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 Dec 23. 2022

운수 좋은  날

나만의 비밀 노트

전날 밤 김치를 담갔다.

해질무렵에 어머니, 언니가 있는 친정으로 향했다 .

한손엔 배추김치, 다른 손에는 무김치를 들고서.

 "맛 있으켜" 언니가 흐믓한 미소로 화답한다.

하필이면 눈보라는 왜 그리 날리는지.

내친김에 가까이에 살고 있는 남동생집에도  김치를  두고  나선다.  가끔 낮에 볼 때는 낯설어 하지 않았던 누렁개가 내가 들어갈 때는 조용했었다. 녀석이 기척도 없고 보이지 않아  그 처소에 기웃거리는데 이때 슬금슬금 나오더니 내  오른쪽 무릎 부위를 무는게 아닌가 .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옆에 가까이와있기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눈앞에 이 위기를 모면하기위해선 뭐라도 해야만 할것 같았다. 생존을 위해서.

녀석을  사람대하듯 내입에서 반복되는 기도랄까. 주문을 걸었다.

"착하다 착하다  착하지이  착해"

녀석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불렀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도 가족이야." 그말을 놓쳤다.

녀석이 내곁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도는 계속 이어졌다.

더이상 물지는 않고 한번으로 끝냈다.

한동안 그자리가 얼얼하고 고통이 따랐으나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여겼다.

겨울이라 안에 레깅스입고 겨울바지를 입어서 그나마 나았다.

집으로 오는  동안 그 부위가 쑤시고 아플때마다 견딜 수 있을 정도이 고통을 줘 감사하다고 되뇌였다.

마침내 집에 와서 상처부위를 확인해보니 벌레물린 자국정도 였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옅은 멍이 들어 있었다. 일부러 만지지 않으면 아픔은 없다.

이 일을 아직 그누구 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남편, 딸, 동생에게  조차도 혼자만 삭이고 다.

말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안타까움만 더 할뿐. 친정집에 한 일에 공감받지도 못할것 같아서다.

하기사 며칠전에 남편은 혼자 사는 동생에게 김치담가주면 좋겠다고는 했었다.

폭설은 왜 내리는가. 이런 날은 가족생각 나는 것도  비례하는걸까.

이상한것은 몸은 불편하나, 마음은 함박눈처럼 가볍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녀석은 나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려고 한 것일까.

위기가 기회라고 한 말은 내게 하는 말 같다.

가족자주 살피라고.  동짓날 밤이 깊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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