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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속의 두더지 Mar 05. 2023

거부당함이 얼마만이던가

내 아들이 체육 등록 거부를 당하다니

이제 38개월이 된 아들을 데리고 유아 대상 체육 활동을 하는 짐에 다녀왔다. 한 달 전쯤 대기 등록까지 하고 잊고 지낼 때쯤 연락이 왔다.


서율은 남자아이 치고 나름 차분한 편이다. (라고 착각하는 건지 지금도 혼란스럽다.) 평상시에 놀 때도 레고나 자동차 장난감을 앉아서 가지고 노는 편이고 영어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볼 때에도 제법 얌전히 보는 편이다. 거기다 작년 영어 수업을 받으러 간 곳에선 한 살 위의 반과 수업을 같이 들어도 되겠다고 테스트 결과가 나와 엄마를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서도 또래에 비해 말을 잘하고 혼자서도 잘 논다고 화장실도 혼자 잘 가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라 더 방심했나.


다른 체험 수업을 받을 때에도 엄마 아빠와 잘 떨어지고, 처음 수업을 받으러 가면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바쁘기는 하지만 정신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언니에게 서율이 체육 등록 못 했다고 했더니 (아주 날 것으로 까였다고 했더니) 언니는 깔깔 웃으며 서율이 활발하게 활동할 스타일은 아니라며 성향이 안 맞는 것 같다고.


체육 짐을 등록하게 된 것은 어린이집에서 서율이 너무 잘 넘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서율은 늘 또래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큰 아이였고 긴 다리에 비해 가느다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뛸 때에는 아빠와 똑같이 약간 팔자 다리로 뛰는 듯했고 체력이 약한 탓에 조금 많이 뛰면 안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체육짐에  서율은 초반엔 꽤나 안내에  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이것저것궁금해했다. 정작 따라 해야 하는 체육 활동보다는 다른 것들에 관심을 두었고  따라 하지 않아 보조 선생님의 전담 마크를 당했다. (그렇지만 첫날이었고 아직 4살밖에 안되었으니 참관하면서도 크게 걱정이 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수업이 끝나고 원장선생님의 수업참여는 어려울  같다는 판정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말은 이랬다. 일단 모방을  생각도 없고 하지도 않아 보조 선생님이 거의 붙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기대 있으려고만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수업받는 아이들 나이가  살이냐? 물었다. 4,5살로 이루어진 반이었고 대부분 5살로 보여서 질문했지만 그의 대답은 ‘나이가 중요한  아니다였다. 아니 4살이랑 5살랑 차이가 얼마나 큰데요 선생님?  쓰다 다시 생각해 보니 열받네요?)


기관지가 약해 겨우내 집에서만 있었다 해도 체력이 약해 보인건 사실이었지만, 그는 서율이를 산만하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왜 나는 거기서 우리 서율의 편을 들지 못하고 그의 말이 수긍하고 있었는가.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서율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거기서 서율이의 마음이 아니라 나의 체면을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서율에게 괜히 똑바로 걸으라고 기대지 말라고 서율이 몸은 서율이가 책임지는 거라고 아이를 다그쳤다. 그깟 체육 수업이 뭐라고. (사실 나는 그 수업을 등록하고 싶었다. 슬프군.) 그리고 더 마음 아픈 건 서율이가 또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것이었다. (아니 근데 왜 그렇게 누우려고 했니 아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스레 서율도 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체육 수업에 간 4살 아이한테 뭘 얼마나 바라는 거냐고!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서 처음 간 환경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고! 체력이 약해서 기르고 싶어 온 것이라고! 나는 왜 말하지 못했나. 국영수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지. 체육 수업에서 까이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어젯밤, 내가 마지막으로 누군가 혹은 무엇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이 언제였던가 떠올려보다 나이가 들어도 거절 혹은 거부는 여전히 당혹스럽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깟게 뭐라고 귀하디 귀한 내 아들에게 나는 상처를 준 것인가.


 마음상처를 깊게  것은 사실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바로 나의 멍청한 행동들이었다. 엄마가 되었으니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주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동굴에 있어서는  된다. 결국엔 모든 순간 지혜로움이 필요하겠구나. (너무나 어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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