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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속의 두더지 Oct 06. 2022

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대한민국 도슨트_춘천 편

어릴 적 종종 고향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을 마주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우물쭈물했다. 태어난 곳이 마산이라고 엄마에게 듣긴 했는데 태어나기만 한 곳이라 정작 나에겐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사를 자주 다닌 내게 기억에 남는 도시도 딱히 없었다. 어렸던 나는 ‘난 고향이 없네.’ 하고는 대충 태어난 곳을 적어내곤 했다.


아빠는 건설회사에 다녔고 엄마는 ‘가족은 무조건 함께 산다’는 신념을 지닌 여성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아빠의 현장을 따라 이사를 다녔다. 제주도 경주 대전 부천 산본 등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어릴 적부터 춘천에서 꽤 긴 유년시절을 보내기까지 우리 가족은 자주 이사를 다녔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교를 춘천에서 졸업했다. 그 사이 아빠의 직업이 바뀌었고 가족들은 대학에 갓 입학한 나를 남겨두고 춘천을 떠났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춘천에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은 내가 되었다. 대학교 마지막 학년은 통학을 했지만 그때도 적을 두고 있어서 인지 춘천을 완전히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는 춘천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춘천이 아닌 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 문득 대학교 졸업식을 하고 아빠 차를 타고 온 그날이 춘천을 떠난 마지막 날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이별이 그렇듯 마지막 인지도 모르고 인사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얼마 전 대한민국 도슨트 춘천 편을 읽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춘천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인 작가가 써 내려간 춘천의 이야기는 내가 기억하는 춘천과 많이 닮아 있었다. 춘천 곳곳의 장소들이 차례로 쓰인 이 책을 밤마다 아끼고 아껴가며 읽다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국어사전을 찾아 ‘고향’을 검색했다. 1.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2.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이제는 고향을 묻는 과제를 하거나 특별히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볼 사람은 없겠지만. 서른을 훌쩍 넘기고서야 나에게도 고향이 생겼다. 늘 그립고 정다운 나의 고향, 춘천.


어릴 때는 어른들은 왜 저렇게 고향 타령을 할까 싶었는데 이제는 내가 고향 타령을 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물어보곤 했던 “고향은 어디야?”의 의미를 어렴풋하게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고마운 당신. 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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