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

마음을 다치지 않게 지켜내는 법에 대하여

by 김남정

또 한 해를 가슴에 품으며, 나는 하나를 더 깨닫는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랑은 계산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 된다. 굳이 어려운 이론이나 복잡한 방법을 들이밀 필요도 없다. 사랑은 원래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 든다. 한 번뿐인 삶이라면, 이왕이면 잘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잘 사는 삶 안에는, 잘 사랑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 하면서도, 유독 사랑 앞에서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흔히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는, 사실 호기심에 가까운 감정도 많다. 이성을 향한 끌림, 마음과 몸이 동시에 반응하는 동물적 본능. 그것을 우리는 쉽게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한다. 물론 사랑에 이성이 전부일 수는 없다. 사랑은 감정에서 시작되고, 설렘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성을 완전히 잃은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순간적인 욕망에 가깝다.


사랑은 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듯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고르면 끝나는 선택도 아니고, 마음이 식으면 다른 것을 집어 들 수 있는 관계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사랑을 그렇게 대한다. 감정이 충만할 때는 전부인 것처럼 매달리고, 감정이 흔들리면 전부를 의심한다.


사랑할수록 외롭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랑을 감정에만 맡기고, 외로움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다. 상대를 통해 내 결핍을 메우려 할수록, 순수한 사랑은, 감정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이 잦아들었을 때 비로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는 법에는 익숙하다.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지, 어떤 말이 상대를 흔드는지도 잘 안다. 하지만 사랑을 지속하는 법, 사랑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은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랑은 종종 상처가 되고, 외로움이 된다.


영화 <비포 선셋>의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 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감정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설렘은 여전하지만, 그 이후의 삶을 함께 감당할 수 있는지 묻는다. 사랑이란 마음이 끌리는 순간이 아니라, 그 마음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란 걸, 그들은 너무 늦지 않게 배운다.


그래서 사랑은 배워야 할 일이고, 익혀야 할 기술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요령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지켜내는 능력이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욕망과 불안을 다스리며 한 사람을 온전히 맞이하는 일에 가깝다. 감정이 아니라 태도로, 열정이 아니라 품위로, 순간이 아니라 생애로 이어가는 일이다.


한 생을 살아낸 사람만이 알게 되는 진심이 있다. 사랑은 마음이 끌리는 일이기 이전에,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책으로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온 만큼만, 실패한 만큼만, 견뎌낸 시간만큼만 몸에 남는다.


그래서 사랑의 기술은 가장 늦게 배우는 공부이자, 가장 깊이 남는 기술이다.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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