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것에 대하여

삶이 나에게 건네준 가장 오래된 수업

by 김남정

"인생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이 말은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문장이다. 세네카는 정치가이자 사상가였고, 동시에 인간의 불안과 고통, 삶의 태도를 오래 고민한 사람이었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문장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큰 의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사회적 책임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삶에서 가장 큰 의무는 결국 배우는 일 아닐까.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흔들리기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움을 '지식을 채우는 일'로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고, 더 많이 알고, 더 유능해지는 것. 물론 그것도 배움의 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삶을 뒤돌아보니 배움은 그보다 훨씬 느리고, 개인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움이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책을 통해 배운다. 문장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질문을 정리한다. 어떤 사람은 노동을 통해 배운다. 몸으로 부딪히며 세상의 질서와 한계를 익힌다. 또 어떤 사람은 견디는 시간을 통해 배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 속에서, 버티는 법과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배움의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 삶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교실을 마련해 준다.


그래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반드시 많이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력이 높아서도, 책을 많이 읽어서도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수업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넘어졌을 때 이유를 묻고, 아팠을 때 감정을 들여다보고, 실패 앞에서 자신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단단해진다.


이런 이유로 배움은 남과 비교할 수 없다. 누구는 스무 살에 배울 것을 배우고, 누구는 쉰 살이 넘어서야 이해하는 것도 있다. 속도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전혀 다른 배움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움은 성과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시 세네카의 말로 돌아가면, 인생을 배우는 데는 정말 평생이 걸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아직도 배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안심하게 한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은, 아직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배움은 거창하지 않다. 하루를 새롭게 돌아보며 내가 왜 그 말에 가슴 벅찼는지 생각해 보는 일, 어떤 장면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는지 기록해 보는 일이다. 그리고 가끔은 무심한 하루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 태도다. 그런 내 작은 태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이다. 잘 몰라서 배우고, 실수해서 배우고, 때로는 늦었다고 느끼면서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이 느리고 불완전하더라도 괜찮다. 세네카가 말한 '배움에는 평생이 걸린다'는 말은, 우리가 서툴러서가 아니라 삶이 그만큼 넓고 깊다는 뜻일 것이다. 배움은 완성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계속 걸어가기 위한 동력에 가깝다.


오늘도 나는 조금 서툰 채로 하루를 배우며 산다. 그리고 그 정도면, 지금의 나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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