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르포<먼저 온 미래>와 편집기자 기사 관통하다

정확한 수를 제시하는 기술.. 인간이 겪는 감각의 축적까지 대신할 수없어

by 김남정

인공지능과 미래를 다룬 책은 넘쳐난다. 챗GPT가 나온 이후 더 그렇다.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일자리는 바뀔 것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반복된다. <먼저 온 미래>(2025년 6월 출간)는 이런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이 묻는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다.



바둑계를 통해 본 우리의 미래


image.png ▲먼저 온 미래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 동아시아


저자는 오랜 기자 생활 동안 기술과 사회, 사람을 취재해 왔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를 예언하는 보고서라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과정의 질문과 기록에 가깝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설명하면서도, 그 변화 앞에서 인간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AI나 자동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무작정 긍정하거나 두려움을 부추기지 않는다. 기술혁신을 반대하지 않되, 그 이면까지 함께 보자고 말한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어도,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방향과 속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중심 전개는 바둑계 이야기다. AI 이전과 이후가 가장 극명하게 갈라진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바둑이다. 저자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전현직 프로기사 30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AI 등장 이후 어떤 충격을 받았고, 어떤 혼란을 각자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를 기록했다.



바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책 내용이 다소 어려운 대목도 있다. 나 역시 바둑의 깊은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도중 그만 읽을까? 하는 내적 갈등이 들었다. 3일을 버티며 조금씩 읽었다. 읽다 보니 바둑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image.png ▲프로기사들은 AI 이후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 elenapopova on Unsplash


AI는 바둑판 위에서 바둑 기사들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기준을 무너뜨렸다. 정답이라고 믿었던 수, 경험이 쌓일수록 단단해진 감각, 미학으로 여겨졌던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다. 당시 해설자들은 알파고의 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라면 절대 내지 않을 수입니다."
"프로에게는 터무니없는 수입니다."
"실수가 반복되는 걸 보면, 이 정도가 알파고의 수준이라고 봐야겠네요."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다. 그 '터무니없는 수'는 실수가 아니었고, 인간의 바둑 이해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기준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프로기사들은 AI 이후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누군가는 좌절했고, 누군가는 바둑을 떠났으며, 누군가는 AI를 새로운 스승으로 받아들이며 길을 다시 찾았다. 저자는 이 선택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변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더 신중해져야 할 인간의 태도



<먼저 온 미래>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AI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너무 쉽게 넘겨버리는 질문들을 되돌려준다. 기술이 판단을 대신해 줄 수는 있지만, 그 판단의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AI에 글쓰기 맡길 때, 이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라는 기사에서, 'AI에게 글쓰기를 맡길 때 똑똑하게 활용하는 법'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사에서 기자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한다.



[관련 기사 : AI에 글쓰기 맡길 때, 이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기자는 기사의 전체 내용을 이렇게 정의한다. "글은 정보를 나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쓰기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한 문장씩 써 내려가 보라고 권한다. 머리를 쥐어짜며 만들어낸 문장 속에서 비로소 자기 삶의 맥락이 깃든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먼저 온 미래>가 바둑판 위에서 던지는 질문과 정확히 겹친다. AI는 더 정확한 수를 제시하지만, 그 수를 두기까지 인간이 겪는 망설임과 실패, 감각의 축적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문장은 더 매끄러워질 수 있어도, 고민의 시간까지 위임하는 순간 글은 쉽게 공허해진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가는 한 문장. 그 더디고 불완전한 과정이야말로 기술이 끝내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일 것이다.


기술은 언제나 먼저 온다. 그러나 그 기술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온 미래>는 더 똑똑해진 기계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더 신중해져야 할 인간의 태도를 묻는다. 바둑판 위에서든, 글을 쓰는 책상 앞에서든, 맞닥뜨린 상황이나 문제들에 고민과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먼저 온 미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온 미래 #AI시대 #미래사회 #기술과 인간


https://www.ohmynews.com/NWS_Web/Issue/special.aspx


keyword
작가의 이전글MZ 조카 덕에 '두바이 쫀득 쿠키' 먹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