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생신 상에 내놓은 디저트... 어른을 배려하는 '생각이 깊은 말
요즘 '두바이 쫀득 쿠키'가 유행이라고 한다. SNS를 중심으로 퍼진 이 쿠키는 중동 디저트의 식감인데 크기에 비해 가격이 꽤 비싸다고 한다. 겉은 마시멜로 반죽으로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카다 이프가 들어간 디저트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견과류, 말차, 초콜릿 같은 재료가 들어가 씹는 재미가 확실하다고 했다. 말 그대로 '쫀득함'을 경험하는 디저트다.
그 쿠키를 지난 주말, 임용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우리 집 제일 막내 조카가 들고 왔다. 그것도 전부 다른 맛이었다.
우리 집은 여전히 부모님 생신 상을 직접 준비한다. 식당 예약이 훨씬 편한 걸 알면서도, 그날만큼은 올케를 포함한 사 남매가 직접 시장을 보고 한 주방에 모여 정성껏 생신 상을 준비한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어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 위주로 준비한다.
그날은 오전 시간부터 부엌이 분주해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들 손을 보태고 맛을 더한다. 너무 익숙해서 우리는 그걸 굳이 말로 꺼내지 않는다. 다만 각자 몸과 마음이 먼저 안다. 그래서 조카가 쿠키 상자를 내밀었을 때, 나는 먼저 이런 말을 했다.
"용돈도 부족할 텐데 비싼 걸 왜 사 왔어."
요즘 임용시험이 얼마나 치열한지, 시험 한 번 치르기까지 들어가는 비용과 마음고생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나는 먼저 이 말이 나왔다. 그때 조카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할아버지 생신 상 준비하시느라 엄마랑 할머니, 고모들이 힘드실까 봐요. 그리고 제가 MZ니까, 어른들께 요즘 유행하는 새로운 맛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말끝이 참 고왔다. 미리 준비한 대답도 아니고, 과장된 효심도 아니었다. 요즘 젊은이답게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상황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어른들이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과, 말없이 쌓이는 피로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했다. 요즘 말로 하면 '착한 말'이 아니라 '생각이 깊은 말'이었다.
조카는 쿠키 상자를 식탁 위에 펼쳐놓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하나씩 다 드시지 말고, 여섯 등분해서 한 조각씩 맛보세요"라며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잘랐다.
조카의 말 한마디에 식탁 분위기가 달라졌다. 누가 더 먹을까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처음 보는 디저트를 앞에 두고 머뭇거릴 이유도 없어졌다. 다섯 개의 쿠키는 그렇게 여섯 조각씩 나뉘어, 가족 모두의 접시 위에 올라갔다.
두바이 쫀득 쿠키는 확실히 기존 쿠키와는 달랐다. 특히 안에 들어간 카다이프는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줬다. 익숙하지 않은데 거부감은 없었다. 요즘 말차가 유행이라더니, 말차 맛은 씁쓸함과 달콤함의 균형이 좋아 내 입맛에도 가장 잘 맞았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너무 달다'는 불평이 나오지 않은 것도 신기했다.
우리는 종종 MZ 세대를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한다. 자기 취향만 중요하게 여긴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날 식탁 위에서 본 조카는 달랐다. 어른들이 힘들까 봐, 부담스러울까 봐, 혹시 새로운 걸 낯설어할까 봐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었다.
사실 그날은 조카에게 위로를 건네야 하는 날이었다. 이번 임용시험에서 조카는 아쉽게도 합격하지 못했다.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가족들 모두 조심스러웠다. 괜히 말을 꺼냈다 상처가 될까 봐서였다. 그런데 조카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엔 떨어졌지만, 한 번 더 해보려고요. 공부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봐야죠."
담담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였다. 좌절을 감추는 말도 아니었고, 허세 섞인 다짐도 아니었다. 실패를 실패로만 두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나는 그 목소리에서 요즘 청년들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 쉽게 포기하지 않되, 과도하게 비장하지도 않는 얼굴에서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의 삶은 생각보다 고단하다. 불확실한 미래, 반복되는 시험, 주변의 기대와 걱정까지 함께 견뎌야 한다. 특히 조카는 위로 언니들이 모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는 상황이라 막내 자리의 부담이 더 클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조카는 할아버지의 생신 축하를 생각했고, 어른들을 웃게 할 방법을 고민했다.
두바이 쫀득 쿠키는 그렇게 우리 집 식탁 위에서 세대 간의 간격을 잠시나마 좁혀주었다. 어른들은 새로운 맛을 경험했고, 쿠키는 금세 사라졌지만, 조카가 자신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전한 그날의 장면은 오래 남았다.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달아서,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의 방식과 그것을 대하는 세대의 태도가 지금 시대의 마음과 닿아 있어서일 것이다.
임용에 한 번 떨어졌다고 해서 인생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한 조각의 쿠키를 나누는 태도, 어른을 배려하는 마음, 다시 도전하겠다는 담담한 결심이 있다면 충분하다. 그날 나는 조카에게서 배웠다. 요즘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가가 아니라, 함께 한 조각을 나누어 먹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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