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힘'을 키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최승필 선생님의 <다시, 공부머리 독서법>을 읽고

by 김남정

1월과 2월은 유독 책을 많이 읽게 되는 달이다. 새해라는 이유도 있고, 긴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글이 막힐 때 나는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생각이 풀리고 문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단어가 떠오르고, 문장은 유연해진다. 이 경험은 개인적인 습관을 넘어 하나의 확신이 되었다. 독서는 그렇게,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가장 근본적인 힘이 된다. 읽는 힘이 곧 생각하는 힘이라는 것, 그리고 그 힘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단지 책을 많이 읽히는 문제가 아니라, '읽는 힘'이 아이의 학습 전반을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승필 선생님의 <공부머리 독서법>이 많은 부모들에게 오래 읽힌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리고 최근 출간된 <다시, 공부머리 독서법>(2026년 2월 출)은 지금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문해력 위기에 한층 더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다.


image.png ▲<다시, 공부머리 독서법> 겨울방학 부모님도 읽어 보면 좋은 책입니다. ⓒ 책구루


요즘 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는 단연 '문해력'이다. 그러나 막상 "문해력이 정확히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문장을 따라가며 의미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자신의 생각을 구성해 내는 종합적인 능력이다.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다. 교과서의 문장이 길어지고, 문제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읽어서 이해하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습 자체를 버거워한다. 현장에서 논술을 가르쳤을 때를 생각해 보면, 글을 읽고 요점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자주 만난다.



어떤 학생은 글을 끝까지 읽어도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순히 기억이나 감으로 작성한다. 또 다른 학생은 글을 읽으면서도 배경이나 맥락을 떠올리지 못해 자기 생각을 연결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단순한 공부량이나 문제 풀이로는 부족하고, 글을 이해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힘(문해력)이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임을 실감하게 된다.



부모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비슷하다.



"책을 읽히고 있는데, 왜 우리 아이 문해력은 늘지 않나요?"



저자는 그 이유를 매우 현실적으로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학습만화'다. 학습만화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이 많고, 부모 역시 부담 없이 권한다. 그러나 책은 학습만화를 독서량에 포함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한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기대하는 사고력, 추론력, 문해력은 만화로는 충분히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수업에서도 차이가 분명했다. 학습만화만 읽고 논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같은 내용이라도 의견을 근거와 함께 논리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반대로 글로 읽은 학생들은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표현한다. 이런 경험은 '읽는 힘'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학습과 사고의 근간임을 보여준다.



책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소개된다. 도호쿠대학교 가 레이 의학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특정 활동을 할 때 전두엽 활성화 정도를 관찰한 결과 가장 활성화되는 활동은 '독서'였다. 반면 만화는 영상을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활성도를 보였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뇌를 전방위로 사용하는 인지 활동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흥미로운 대목은 독서가 국어 성적뿐 아니라 수학 성적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문제를 읽고 상황을 이해하는 힘이 곧 수학 실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또래보다 몇 년 느린 아이도 청소년 독서 12~20권 정도를 꾸준히 읽으면 분명한 변화를 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낮은 수준의 책만 고집한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읽는 경험을 끊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는 속독으로 읽는 아이들에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수업에서도, 속독만 하는 학생들은 글자만 따라가고 의미는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학생은 소설을 정독했지만 등장인물의 관계나 사건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논술 질문에 답을 쓰지 못했다. 문해력이 충분히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는 정독만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스마트폰에 대한 언급이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하고도 책도 읽고 공부에도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룰 수 없는 푸르디푸른 꿈을 꾸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 사용 또한 큰 장애물이다. 책에서도 지적하듯,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독서와 학습 집중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수업 경험을 떠올려 보면, 스마트폰 사용을 멀리한 학생은 글의 이해도가 높고 사고가 깊지만, 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긴 학생은 독서 시간이 하루 10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과 시간 관리가 독서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영상, 오디오북, 팟캐스트와 독서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글로 읽을 때와 소리나 영상으로 접할 때 뇌의 활성화 정도와 문해력 향상 효과는 분명히 다르다. 글을 읽을 때 우리는 장면을 상상하고, 인물을 떠올리며, 문장을 따라가며 의미를 구성한다. 이 과정이 문해력을 빠르게 성장시킨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단 한 권이라도 충분하다. 한 번 깊이 빠져본 경험은 아이를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읽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해력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정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읽어왔다. 어떤 책은 여러 번 읽는다. 그래서 더 확신하게 된다. 독서는 가정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 함께 읽고, 각자의 속도로 읽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계속 읽는 사람'으로 자란다. 읽어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자기 생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긴 겨울 방학, 아이의 독서를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면 <다시, 공부머리 독서법>을 한 번 펼쳐보길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부터 책을 읽어보자. 요즘 나에게 자꾸 손이 가는 책은 대체로 재미있는 책이다. 재미있어서 읽는 경험, 그 힘이 결국 아이에게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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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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