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등에 수많은 화살이 꽂히더라도 내 가족에겐 단 한 발도 꽂히질 않아야 해. 예전 같으면 화살이 무서워 나부터 숨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그림의 엄마 늑대가 되어 딸들의 모든 화살을 다 막아주고 싶다.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큰딸은 대학을 가면서 독립했다. 기숙사 입소란 명목으로 시작된 큰딸의 홀로서기는 걱정보단 기대와 설렘이었다. 큰 딸의 모든 일들은 엄마인 내게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걱정보단 잘할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컸었나 보다.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 앞길을 잘 준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언니보다 앞서서 오월의 신부가 된 작은 딸은 남편과 나의 든든한 보좌관이었다. 서른이 넘어서야 결혼이란 명목으로 독립해 잘 해내고 있다. 늘 어리게만 생각했었던 내 마음이 문제였나 보다. 초보 운전자의 출, 퇴근길을 걱정했고, 요리, 세탁 등등.. 엄마는 걱정인 나날이었다. 그런데 엄마보다 더 현명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
어리게만 생각했던 딸들이 이제 진짜 '어른'으로 세상의 모든 화살과 맞설 준비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겹친다.
뒤돌아 보니 나는 딸들에게 주기보다 받은 것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인생 선배로서 당부하고 약속한다. 스스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 있고, 어디서 화살이 날아올지 깨닫는 현명한 어른이 되도록 늘 공부하는 삶을 살기를.
박완서 선생님이 자식을 대하는 신념에 나도 공감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장가들자마자 네 계집만 알아. 이 불효막심한 놈아."
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 완 서 P 378~380
늘 그랬듯 딸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고, 옆에서 친구처럼 소통할 것이다. 때로는 다정하게 손잡고 걸을 때도 있겠지만, 이제 진짜 어른의 길로 접어들 준비를 하니 딸들의 뒤에 있을 것이다.
삶에서 지쳐 뒤돌아 가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 때도, 억울해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들엔 엄마 아빠의 집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난 항상 딸들의 든든한 지원자로 있을 것이다.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 미술, 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삶을 살다가 힘들 때,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친구를 만나 수다로 시간을 보내기보단 음악을 듣고, 미술 관람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삶을 살기를 추천한다. 바쁜 나날이겠지만 책 속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상황들을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사실도 기억하길 바란다. 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산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한 발을 보고 싶지 않다.' 이런 나의 당부가 딸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들을 대비하기를. 건강한 육체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맑은 정신과 영혼, 강인한 감정을 위해 음악, 미술, 문학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들이길 당부한다.
건전한 상식이었고, 명랑한 감정에 기인된 것이며, 습관적인 나날의 일에 매일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괴테의 자서전 중>
괴테 역시 자신의 자서전에서 스스로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강인한 사람은 모든 것이 습관과 반복임을 강조한다. 어쩌면 일부러라도 화살을 맞아야 하겠다. 그래야 더 단단한 내성을 키워 수백 개의 화살을 막는 힘을 키울 테니까. 나는 딸들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미리 맞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인간은 강한 존재고, 버티는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화살이 너무 무섭거나 스쳐 지나가 아플 땐 주저하지 말고 엄마 아빠에게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