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엄마에게 커피 쿠폰 보낸 딸

곧 결혼하는 딸이 보낸 깜짝 선물... 부모의 역할을 생각합니다

by 김남정

오월도 벌써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 각종 행사가 많았던 탓에 달달한 행복이 가득했다. 내가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달이기도 했고, 내 딸들에게 사랑을 받는 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대상이 누구든 진심이 담보된 마음일 때 온전한 사랑이 전달될 수 있다. 그 마음이 의무감에서 시작되면 힘들고 귀찮아진다.


KakaoTalk_20250516_121917208.jpg ▲늘 가는 동네 뒷산초록숲은 늘 신선한 공기가 가득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 스승의 날이었다. 늘 가던 동네 뒷산의 푸름이 좋아 여름 꽃들과 맑은 산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때 작은 딸에게 카톡이 왔다. "엄마 스승의 날 선물이야"라며 커피 쿠폰을 보냈다. 뿅뿅 귀여운 하트와 함께. "엄마는 스승도 아닌데?"라고 답장을 보냈다. "스승으로 날 키워줬으니까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야"라고 했다.



순간 딸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반마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한두 명씩 배정되었었다. 딸은 몸이 불편한 친구의 짝꿍을 자청했었다. 친구 식판을 대신 받아주고, 체육시간, 하교 시간 신발 신는 것까지 친구를 챙겨 주었다.


그러다 학원 가는 시간이 늦어 나에게 혼날 때도 종종 있었다. 난 이런 사실을 나중에야 딸의 담임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진로를 결정하는 고등학교 때는 뜬금없이 특수교육학과를 지원하겠다는 말에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진로이기 때문이다.



"너 특수교육이 뭔지 알아?"


"엄마, 말 그대로 특수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학문이지."



딸의 목소리와 눈빛은 이미 특수교육학과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준비했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딸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임용시험을 봤고, 지금은 7년 차 특수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딸이 다정한 말로 감사함을 전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커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어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아빠와 딸의 관계가 세상 다정한 관계라면, 엄마와 딸은 특별하고 각별한 사이다. 사춘기를 지나는 딸과 매일 접시 깨지는 소리를 내다가도 뒤돌아서면 늦은 밤까지 소곤소곤 이야기 하는 사이다.



며칠 전 필사했던 문구가 생각났다.


Children thrive when they receive guidance, understanding, and security from their parents. Offering Compassion and wisdom nurtures their growth and confidence. Being the parent you once needed creates a strong foundation For the next generation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지도, 이해, 그리고 안전함을 제공받을 때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배려와 지혜를 나누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과 자신감을 키우는 핵심입니다. 당신이 어릴 때 필요했던 부모가 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최고의 기반이 됩니다. - 정승익 지음 <부모를 위한 강철멘털 필사노트> 중


'당신이 어릴 때 필요했던 부모가 되세요'라는 문장이 엄마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목소리, 행동 그리고 주고받는 대화 속 단어들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부모를 닮아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보다 더 건강한 정신으로 끊임없이 배우라는 것인가 보다.



딸들의 성장기를 회상해 보니 딸들의 성장 단계마다 나도 함께 성장해 왔다. 나는 지금 아침마다 딸들을 키우는 마음으로 <부모를 위한 강철멘털 필사노트>를 쓰고 있다. 이걸 쓰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단어 공부도 되고 다시 육아 공부를 하는 기분도 들어 새롭다.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어린 나를 생각해 본다. 엄하신 엄마 밑에서 자란 난 다정한 엄마를 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 사 남매 가슴 한편엔 무서웠던 엄마와의 추억이 있다. 우린 모이면 그 시절 엄마 이야기를 하며 자주 웃는다. 이런 우리들을 보며 엄마는 "난 그런 적 없다" 하시며 시치미를 뚝 떼시기도 하신다.


이젠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안다. 눈만 뜨면 농사일로 바쁘셨던 그 시절 부모님 사정을. 다정한 말로 자식들과 이야기할 수 없었음을. 그런 강하고 엄하신 엄마 덕분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나에게 다정하고 예쁜 말로 인사해 준 딸아이가 이번 주말 오월의 신부가 된다. 딸아이가 나를 포근한 말로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엄마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어릴 때 내가 필요했던 부모가 바로 다정하고 포근한 엄마였기 때문에. 딸과 엄마는 늘 훈훈함과 따뜻함을 나누는 친구 같은 사이다. 딸의 말 한마디에 가족 간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이제부턴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나에 대해 잘 알아보고 자식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부모의 역할을 하면 되겠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나에 대해 일기를 쓰는 일이다. 글쓰기는 인생을 필사하는 일과 같다. 내가 나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어렵지 않다.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오늘 나의 단점까지 사랑하는 일이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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