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담론> 14장 비극미 -필사

by Rx


엑스트라의 주인공의 결정적인 차이는 주인공은 죽을 때 말을 많이 하고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엑스트라는 금방 죽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친구도 있고, 애인도 있고, 가족도 있습니다. 죽을 때 그 사람들에게 말을 남깁니다. 엑스트라에게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냥 죽습니다. 누구든지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면 빛납니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전과자였습니다. 내가 만난 수많은 동료 재소자 중 하나입니다.


예술의 본령은 우리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우리를 깨우치는 것 중에서 가장 통절한 것이 비극(悲劇)입니다. 비극은 모든 나라의 문화 전통에서 극화(劇化)되고 있습니다. 예술 장르에서 비극은 부동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대목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비극이 왜 미(美)가 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비극이 미라는 사실이 곤혹스럽습니다.


미(美)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입니다. 미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미가 바로 각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각성하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고 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모름다움‘이라고 술회합니다.


그 사람의 처지에 대해서는 무심하면서 그 사람의 품행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지요. 그것은 그 여자의 삶을 파괴하는 폭력입니다. 그 여자를 돌로 치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오만함과 천박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무지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순수한 어떤 것을 상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왜소한 인간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의 끝 동네인 여기서는 제발 잘난 척하지 말자‘는 인간적 호소였습니다.


기어이 ’까발리는‘ 이유는 야박한 것이기보다 오히려 인간적인 것입니다. 어차피 잘난 것 하나 없는 우리끼리는 잘난 척하지 말고 함께 살자는 요구입니다.


더구나 혹독한 비극적 정서가 바탕에 깔린 정서는 단 한 줌의 관념적 유희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삶을 직시하고 삶과 언어가 일체화되어 있는 정서는 한마디로 정직한 것이었습니다. ’진실‘이란 말의 본뜻이 바로 그런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이드는 지식인을 ’스스로를 추방하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가오싱젠은 추방은 독립이고 독립이 자유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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