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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석 Mar 18. 2023

달마토가 인천으로 간 까닭은?

 - 인천 달마토 한국사마천 학회 후기 -

 달마도는 남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선불교를 창시한 달마대사를 그린 불화다. 그림 속 달마의 무섭게 부릅뜬 눈은 졸음에 속절없이 내려 않는 눈꺼풀이 참선에 방해가 되어 아예 잘라버렸기 때문이란다. 이때 베어 땅에 던진 달마의 눈꺼풀이 차(茶)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행 중인 스님들이 차를 즐겨 마시는 데에는 졸음을 쫓으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처음 달마토란 말을 듣은 사람은 달마도 발음이 잘 못 된 게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달마토는 "달의 마지막 토요일" 첫 글 세자를 딴 한국사마천학회의 전국 순회 학술 행사다. 달마토가 지난 2023.2.25~26일 이틀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열렸다. 사마천 사기를 공부하며 우리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고 현장 유적답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인천 행사는 올해 첫 번째로 학회 회원 20여 명과 많은 일반인들이 함께했다.           


 첫날 차이나타운 칠통마당에 있는 인천서점 에서 학회 주관 강의가 있었다. 인천은 개항기 때의 근대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곳이다. 근대의 창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던 관문인 세관을 비롯하여 이땅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조계이 최초로 세워진 장소이다. 인천세관은 내가 2번이나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장소에서 구한말 세관 역사와 관련이 깊은 조선총독 원세개와 홍삼 밀수란 사건을 주제로 내가 강의를 하게 돼 이번 달마토 행사는 나에게는 더 의미가 큰 것 같다.        

   

 둘째 날 개항기 유적 답사를 우리 학회 한종수 작가님이 맡아 주셨다. 숙소인 베스트 웨스턴 하버 호텔을 9시에 나선 우리 일행은 신포역 바로 앞에 있는 인천세관 역사 공원으로 향했다. 40년 전 내가 근무했던 인천세관 건물은 10여 년 전 헐려 이미 사라졌다. 현재는 세관 화물계와 선거사무실로 쓰던 붉은 벽돌 건물 몇 동 만이 인천세관 역사공원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 세관의 역사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자료관은 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아 볼 수 없었다. 명절 대목에 가게문 닫고 있는 꼴이다. 세관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아쉽다.     

      

 개항 관련 유적 답사는 학회 이사님이신 한작가님이 해주셨다. 답사 내내 해박한 지식과 유머가 넘쳐나는 해설이 우리 일행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차이나타운 거리에는 인파가 흘러넘친다. 초한지, 삼국지 벽화 거리도 일행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벽화에 그려진 수많은 영웅호걸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두꺼운 사기, 삼국지, 초한지 3권을 금방 다 읽은 느낌이다. 이런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 하나가 먹는 입의 즐거움이다. 짜장면의 원조라는 공화춘에 들서 짜장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 전시되어 있는 가격표를 보니 1974년 짜장면 값이 150원이다. 짜장면만 먹은 게 아니라 50년 세월도 같이 먹은 느낌이다.     


 이번 달마토 행사에서는 아쉬움도 있었고 얻은 것도 많았다. 아쉬운 점은 내가 강의를 매끄럽게 잘하지 못했다는 거다. 주제가 구한말 조선총독으로 군림한 원세개와 청나라 상인들의 인천항에서의 인삼 밀수출 사건이었다. 강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용두사미 격이 돼버렸다. 처음 시작 때 원세개 설명등에 너무 시간을 써버려 정작 중요한 인삼 밀수출 사건 부분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렇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이번 행사에서 값지게 얻은 것은 내가 그동안 잘 못 알고 있던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는 것이다. 하나는 1882년 미국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 관련으로 조약 체결 장소와 당시 장면을 그린 삽화가 잘못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를 인천시 동구 화도진으로 강의 때도 설명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현장 답사 때 보니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를 알리는 표석이 화도진이 아닌 다른 장소에 세워져 있었다. 알고 보니 나도 잘 알고 있는 세관 후배 김성수 씨의 2013년 새로운 사료 발굴로 그동안 여러 차례 학술대회를 거처 최종 체결장소를 새롭게 비정했다.  이런 노력으로 2019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를 알리는 표석이 개항기 인천해관장 관사터인 자유공원 입구인 인천시 중구청 부근 다비웨딩홀에 새롭게 설치됐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삽화도 그동안 많이 잘 못 알려져 있었다. 달마토 행사 후 우리 사마천 학회 오승환 박사 님이 이 부분을 지적해 주셨다. 자신의 페북에 뜬 이 분야 전문가인 베를린 자유대학 이은정 교수와 신주백 교수님이 올린 조미수교통상조약 삽화 오류 관련 자료를 내게 보내준 것이다. 지금도 교과서와 대부분 유수의 신문 등에서 조영수호통상조약 삽화를 조미수호통상조약 삽화로 잘못 소개하고 있다. 이번 강의 때 나도 잘못 소개했었는데 빨리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태평천국농민운동을 태평천국의 난이라고 ppt 자료에 적은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다. 학회 이사장님이신 김영수 교수님이 지적해 주셨다. 우리나라 동학농민운동도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동학란이라고 불렸었다. 태평천국운동도 이제는 동학농민혁명과 같이 새로운 역사적 조명을 받는 것 같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 그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잘못 기술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공자님도 이름이 바로 잡혀야 세상이 바로 선다는 정명론을 말씀하셨다. 강의 때의 오류를 코르테즈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적해 내는 우리 사마천 학회 회원님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이번 인천에서 열린 달마토 행사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뜻깊은 행사였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달마토 행사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하게 된 까닭은 좀 알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잘 못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잡으라는 깊은 뜻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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