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9칸

250617, 화요일

by 물보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에 온 이후, 나는 몸무게가 5kg 늘었다.

튀긴 바나나가 주식인 이곳에서, 맛있어서 자꾸만 손이 갔고 결국 몸이 부었다.
역시 튀긴 음식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먹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그리고 헬스장에 있는 ‘로꼬’라는 코치에게 5kg 감량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업무가 끝난 후 컴파운드 안 헬스장으로 달려가 유산소 운동 25분,
그리고 테니스를 한 시간 동안 쳤다.


하지만 문제는 아침이었을까, 점심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테니스 레슨이 끝나자마자 헬스장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휴지가 9칸 전부였다. 그 9칸으로 겨우 해결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몽골에서 휴지가 부족해 늘 아껴 쓰던 습관이 남아 있어,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몽골에서는 공중화장실에 단 한 칸의 휴지도 없었기에 늘 휴지를 챙겨 다니곤 했었다.


그런 내가 ‘9칸’이라는 사소한 풍요에 감사하며 웃음이 났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잠기며,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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