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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연락처

아빠

by 물보


나는 아빠랑 성향이 꽤 다르다.


아빠는 침착하고,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으며 현실적이다

그에 반해

나는 활기가 넘치고, 자주 흥분하는 기분파에 낭만주의다.


그는 가끔 묻곤 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혹은 안전한 것이냐" 그럼 그에 따른

계획 혹은 비상 연락처를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뭘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계획하는 거지, 그러고 또 비상연락처는 뭐야

하며 그의 물음에 가볍게 대답했다.


혹시 비상연락처를 제공하지 않을 때는

어김없이 하루 걸러 전화가 오고, 문자가 온다.

단순히 연락처를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물어온다.


나는 나보다 30살이나 많은 어른에게 짜증을 낸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걱정 말라며

그의 물음에 상냥히 대답하지 않는다.


그 모든 물음은 곧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임을 알았음에도,

불쑥 나오는 짜증 섞인 목소리와 태도는 왜 자꾸 나오는지

정말 모르겠다.


쑥스럽지만,

오늘은 말하고 싶다.


아빠가 있어서 내 삶이 안전했다고,

지금도 여전히 안전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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