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 자전거 타는 그녀의 세상

등지는 이야기_3

by 느루

서울에서 고향으로 도망을 치고,

고향에서 서울로 도망을 치던, 비오던 날에,

뇌리에 박힌 씬이 하나 있다.


2100번을 타고 노포역을 향하던 나를

배에 가득 세상을 품은 언니가 주황색 우산을 들고

배웅해주던 모습. 그 모습.


혹시 급행버스에 눈물 버튼을 숨겨놨을까,

난 그 버스만 타면 눈물이 났다.

옆에 누가 앉아있든 말든 그냥 울어댔다.


꼭 누군가를 떼어내고, 꼭 누군가를 버리고, 뭔가 두고

부랴부랴 도망가는 기분이었다.


20살에 인사 한마디 없이 새로운 가정을 찾아 떠난 언니는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


언니는 20살에 자기가 아가 셋의 엄마가 될지 알았을까,

지금도 모르는거 같다.


엄마가 된 언니를 보니, 엄마가 조금은 나는 이해가 되는데,

언니는 엄마가 얼마나 이해될까,

나는 또 누구를 이해하려고 하고있네, 이러다 고장나놓고,


아빠는 가을 낙엽이 흐르던 계절흐름에 전화해

서울에서 내려와서 아빠랑 언니랑 나랑 셋이 같이 살자고 했다.

한동안 그랬다.


언니는 내가 재밌는 세상 이야기를 들고가면

어릴때 형성된 우리의 웃음포인트에서

어릴때 그 모습 그대로 웃으면서,

"우리 둘이 살까?" 하는 말을 장난이라는 투명재질로 꽁꽁 싼 진심으로 말했다.

언니를 바라보는 세상들도 "다 데리고 같이 살까?" 라는 말을.


나는 아무도 없는 선우에,

나만 있는 선우 아파트에

혼자 두고 간 언니가 밉지만,

너무너무 미웠는데, 지금도 미운데,

언니가 아플때가 있다.

특히 이렇게 장마가 시작되면


마르고 마른 언니가 엉덩이 가려지는 핑크 티를 입고

다리도 다 가려지는 치마를 입고

주황색 우산을 들고,

배가 남산처럼 불러 세상을 가득 품은 언니가,

끝까지를 버스안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이

끝까지 나를 담으려는 거 같아서.

꼭 마지막 같아서. 내 마지막 여행같았어서,


우리 첫째 조카는 알까, 너를 가졌을때

혼자 병원을 나오며 "발가락 갯수가 남들과 다를 수 있다"라는

소식을 듣고 전화해 울음을 터트리던 너희 엄마를,

끝없이 스스로를 책망하던 엄마를, 알까

네가 한 발에 다섯 발가락을 가지고 태어난 것을 보고 온 세상을 가진

너희 엄마를 넌 알까, (그러니까 준비물은 이제 스스로 챙겨보자)



우리 둘째 조카는 알까,

네가 넘어질세라 늘 쫒아 다니던 그 작은 체구의 여자를 넌 알까,

빼빼말라 등뼈가 다 드러나도 네게 주는 젖은 아까워 하지 않았던 여자를,

네 어릴적 개인기 '어흥' 한번이면, 함박 웃음을 짓던 그 사람을 넌 알까,

아가, 얼마나 엄마에게 네가 큰 세상이었는지,

내가 다 봤는데, 난 아는데


주황색 우산안 뱃속에 폭삭 들어가 있던 아가가,

이제는 그 세상이,

무당벌레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그녀의 세상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그 세상이 좀 더 아름답게 펼쳐지길, 바라는 이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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