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점의 짊을 지며 사시나요

by 느루


나는 무언가를 잊을 수 없는 병이 있을지도,

내게 늘 떠오르는 이들은, 세상을 먼저 등진이들,

누군가는 그들을 떠올리며 “그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지”

안타까움 섞인 지탄을 내놓지만,

그들의 삶 속 20,30이라는 속도는 다른 이들과 달리

70,80의 속도였을 것이다.

그 속도를 감히 겪을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다섯 살인데 스무 살의 모든 일들을 겪으라 하면 정 감당이 가능한가,

누군가들이 안타까운 결정을 하면, 난 꼭 세상이 밉다

우리는 사실 늘 혼자가 아니다. 함께 산다. 너와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다. 세상과 살고 있다.

그토록 그들을 이들을 우리를, 내버려 둔 세상의 잘못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에 내려와 아파 한 발자국도 채 못 걸을 때 약국에서, 길에서, 병원대기실에서, 강가 의자에서 “아가, 어디 아프나 “며 물어봐준 이들은 나를 살린 세상이다.

더불어 “그 정도 하니 정신이 안 아픈 게 이상하다”“나아보자”며 말 한마디로 내 눈물을 다 떨어트린 내과선생님도

“증상이 어떠세요”라는 말로 매일 한 시간 내 증상을 들어주던 약사 선생님도

병원 배드에서 ”할 수 있다, 등산을 해보자 “며 나를 달래주시던 70대 어머니도

나를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며 있는 약 없는 약 다 끌어와 나를 살려주신 간호사 선생님도

다른 환자를 보다가도 나를 보면 말벌 아저씨처럼 뛰어와 복진을 봐주신 한의사 선생님도



세상이다.


나는 늘 “내가 그래서 이렇게 일이 돼버렸어”라며 자책을 반복하던 습관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아니다.

“어쩌겠어, 세상이 그래”가 맞다.

회피하란 게 아니다. 탓해야 한다.

나만 탓해서 나를 죽이면 내가 진짜 죽는다.



선생님이 70점의 삶이 맞다더라. 100점의 삶을 살려고 아등바등하면 100점을 받으면 좋지만 99점도 아깝고, 89점도 아까운 삶이 된다고.

80도 많다고, 70점의 삶을 살자고. 그럼 정말 잘 살고 있다고.


당신들의 삶은 스스로에게 몇 점을 짊어지게 하고 있는지



내가 바라는 일,

바라는 일이라, 바르게 행해져야 하는 일이 바르게 놓이고

잘못한 사람들이 곁에서 멀어지고,

그곳에 있어야 할 그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으면,

누군가를 갉아먹어 만들어진 세상이 아름답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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