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가 만난 신중에 최고였어요

_나의 선생님

by 느루

존경하는 이 없이 살아온 25년.

존경하는 이가 생겼다.


글을 사랑하시는 분.

그분의 발자취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가만히 말씀을 듣고 있으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왈칵 눈물이 흘러내리게 만드시는 분



문단과 문단 사이의 숨소리마저 읽으시는 분


존경하는 내 선생님.

선생님은 독후감(글)을 읽고 삶을 읽으신다.

거짓이 아니다.


상담일정이 잡힌 날이었다.

매번 강의실의 끝과 끝에서 보던 선생님의

얼굴 핏줄까지 다 보이는 거리에 앉은 날이었다.


선생님은 내 이름을 다정히 불러 주셨다.

늘 그러셨다.


"요즘 일은 어떤지, 어떤 방향으로 인생을 살고 싶은지"

물어봐 주는, 어른이시다.

그 물음은 살며 매번 다른 어른들에게 들어왔지만,

처음으로 답을 드리고 싶게 만드는 어른이었다.


내 모든 말에 귀기울여 줬던 그 장면은

평생을 가지고 가야할 기억.


선생님은 한 학기에 낸 나의 독후감을 전부 보시고는

한 말씀을 하셨다.


질척이게 살지마, 네가 힘들다


맞다. 나는 질척이는 이 그 자체다. 그냥 진흙이라고 필명을 지을걸 그랬나,

그정도. 매일 과거를 돌아본다.

그래서 늘 불안이 날 덮치고, 그 불안이 늪을 거대하게 만드는데 거기에는

늘 슬픔이 묻어 진흙이된다.


어린 시절 탓을 했다가, 부모도 탓했다가, 마지막의 타겟은 늘 나 스스로다. 망가트린다.

"네가 그모양이니 결과가 이모양이지"로.

그런데 과연. 그게 나를 위한 일인가, 아니지


선생님은 내 과거 삶에 대해 아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왜냐 나는 나를 번지르르하게 선물처럼 포장해

세상에 내놓는 법부터 배웠다.

그렇게 20년을 살아서,

포장법만 알지 풀어놓을 줄을 몰랐다.


어릴적부터 시냇물처럼 맑은 친구들.

헐거벗은 모습의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그늘 하나 없는 사람 처럼 굴어야해서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써야하니까,

부모님을 욕하는 것 조차도 부러운 일이니까,

내가 부모님을 미워하면 진짜 진정으로 욕이 된다

배워왔으니까,


돌아보면 내 헐거벗은 모습을 사랑해줄 이가

나 조차도 아니었던 건지도 모른다.


“질척이면 삶이 질척여져”라는 말을 이어 듣던

이날만은 정말로 맨 몸이었다.


그 말씀 하나로

넘치려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며

"네?" 라는 답밖에 나는 답이 없었다.


세상에 내쳐진 사람들을 하나씩

글자로 눈빛으로 마음으로 돌아봐주시는 분.

그 후로 교수실을 내려오며

오만개처럼 보이는 계단에 앉아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과거에 두고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리석어 지키지 못해 이 길에 닿았나,


선생님은 내가 안부 인사를 위해 전화 드리면

몇백명의 아이들의 이름이 꼭 처음이고,

꼭 너무 소중하다는 듯.

"어, 민아”라고 목소리로 내 이름을 알려주신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다정한지 늘

그 통화는 선생님에게 묻는 제자의 안부가 아닌

한 아이의 징징거림으로 끝난다.


꿈속에 자주 나오는 내 은사님은.

늘 내게 용기를 심어주신다.


어쩌면 선생님이 가지신 확고한 기준이 멋있어서.

어쩌면 선생님이 해주신 말들이 다 나였어서.

어쩌면 선생님의 해안이 너무 존경스러워서.

나는 이 일을 계속 하며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퍼나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어릴때 우리는 계속 해서 넘어지며 걸음마를 했지 않나"

"그때 포기하지 않고 걷기에 성공한 것만큼"

"지금도 계속 넘어지는 연습을 해야한다"

는 선생님의 말은 내게 지금도 매일 읽힌다.

그러나 행동이 내게 어렵다.


허나, 말이 너무 깊어 넓게 퍼트리고 싶다.

존경하는 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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