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철학
내 기호식품은 커피였다. 무언가에 의존하는 것,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던 나에게, 커피는 거의 유일한 일탈이자 중독이기도 했다.
위내시경 검사를 마친 뒤, 의사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화면에는 붉고 축축한 점막이 확대되어 있었다.
“위궤양입니다. 지금처럼 계속 빈속에 커피를 드시면 조만간 위에 구멍이 날 수도 있어요.”
위에 구멍이 뚫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나는 수도관에 난 틈으로 물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음식물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떠올렸다. 의사가 안경을 끌어올리며 경고하듯 나를 바라봤다.
차가운 형광등 빛 속에서, 모니터에 비친 점막이 선명히 빛났다. 끔찍한 상상에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를 끊는 일은 놀랄 만큼 쉬웠다. 사흘째가 되자, 마치 한 번도 커피를 마셔본 적 없는 사람처럼, 커피 생각은 나지 않았다.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이렇게 쉽게 끊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내가 커피를 그렇게 좋아했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내가 필요했던 것은 커피가 아니라, 그것을 마실 때 느껴지는 도파민 같은 감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한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믿는 한, 커피를 마시는 나는 계속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정말 커피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면, 커피를 마시며 느꼈던 그 행복감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