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가 보낸 편지
2028. 5. 서울
소라 : 이제 연주회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연주회 때까지 별일 없어야 할텐데... 참 지휘자님에게는 제가 보고드렸어요. 엑스트라 단원 중에 몇 명이 확실치 않았는데 이제서야 다 픽스됐거든요. 그리고 공연장과도 계약 잘 맞췄다고요. 이제 연주만 잘하면 되네요.
민철 : 수고 많았어요. 사무장님도 정말 애썼습니다. 공연장은 아주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잘 해결해 줘서 고마워요.
태유 : 아닙니다. 아무튼 그쪽에서도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저희의 의미 있는 연주회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나중에 꼭 보답해야죠.
소라 : 아무튼 하딩과 브렌트도 그렇고, 연주장도 기적처럼 잘 준비되었어요.
민철 : 그러게요. 이제 연주만 차질 없이 진행되면 되네요. 소라씨는 하딩과 브렌트에게 가끔 연락해서 점검해 보고 우리가 도와줄 게 있는지 체크 해 주세요.
소라 : 네 알겠습니다. 근데 제가 요즘 궁금한 게 생겼어요. 보통의 작곡가들은 사후 미완성곡들이 하나, 둘 정도 발견되던데 슈베르트는 왜 다수의 피아노곡과 오페라 그리고 3곡이나 되는 교향곡을 미완성으로 남겼을까요?
민철 : 맞아요. 슈베르트는 여러 장르에서 많은 미완성 곡들을 남겼어요. 그중 교향곡은 우리가 알고 있는 8번 외에 7번과 10번이 미완성으로 남아있어요. 마장조 교향곡 7번은 그러니까 8번을 쓰기 전인 1821년에 작곡을 마쳤으나 총보(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어요. 아마도 그 당시 오페라 ‘알폰스와 에스트렐라’에 전념하면서 뒤로 밀렸다가 잊힌듯해요. 나중에 슈베르트에 관심이 많았던 브람스도 이 총보를 완성하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 후에 여러 작곡가에 의해 완성된 버전이 몇 개 나왔고 CD로도 나와 있어요.
태유 : 아 그랬군요. 제가 슈베르트 교향곡 전집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의아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군요. 보통 전집은 작곡가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만 녹음되니까 7번이 빠져 있었던 거군요. 7번은 따로 구해서 들어 봐야겠습니다.
소라 : 그럼 10번은 또 왜 미완성이에요?
민철 : 10번... 10번 교향곡은 슈베르트에게 매우 중요하고 뜻깊은 작품이었을 거예요. 슈베르트는 10번이 진정한 자신의 백조의 노래가 되길 바랐을 것이고,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으면서 정말 아쉽고 안타까워했을 거예요.
소라 : 10번에 어떤 의미가 있길래 그래요?
민철 : 사실 슈베르트는 1826년 야심작 9번 ‘그레이트’를 쓰면서 이 곡이 자신을 대표하는 곡이 되길 기대했어요. 곡의 스케일도 키우고 연주 시간이 1시간가량 되는 대곡이에요. 슈베르트는 작곡 직후 이 곡을 빈 필하모니 소사이어티에 연주를 의뢰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어요. 아마도 슈베르트는 거절된 이유를 직감적으로 알았을 거예요.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이 곡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슈베르트의 대표곡이 될 정도의 곡은 아니였던 거죠. 동시대 작곡가인 베토벤과 비교해 봐도 함량 미달이었던 게 분명하니까요.
태유 : 그래요? 저는 9번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민철 : 그래서 슈베르트는 절치부심하고 새로운 교향곡을 구상하게 되죠. 10번은 슈베르트 음악의 절정기인 ‘겨울나그네’가 쓰인 후에 바로 작곡이 시작되었는데 그래서인지 2악장에선 ‘겨울나그네’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해요. 10번의 대표적인 특징은 주제가 간결하고 투명해졌다는 거예요. 그리고 곡 중간 긴 프레이즈(악구) 사이에 의도적으로 정적을 넣어 하모니의 여운이 공간을 채우는 느낌을 연출하기도 했어요. 이런 기법은 낭만주의 교향곡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브루크너로 연결되기도 해요. 그 유명한 브루크너의 길고 깊은 쉼, 이른바 ‘브루크너 휴지(休止)’가 바로 그거예요. 근데 안타깝게도 1, 2, 4악장은 스케치로 남았지만, 3악장은 끝내 시작조차 하지 못했어요. 내 생각에 3악장 스케르초 악장까지 다 마치고 오케스트레이션까지 해서 완성 시켰다면 이 곡은 슈베르트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을 게 분명해요.
소라 : 아 완전 재밌네요. 우리 회장님은 진짜 모르는게 없어요. 빨리 더 얘기해 주세요. 그래서요...
민철 : 근데 10번은 오랫동안 곡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슈베르트가 죽고 난 후 친구 바우에른 벨트가 자신의 저서 ‘슈베르트의 공감’에서 10번째 교향곡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후에도 10번 곡은 발견되지 않아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는데 1970년대 빈의 도서관에서 10번이 발견된 거예요. 슈베르트가 죽은 지 150년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온 거죠...
소라 : 그럼 10번은 들어 볼 수 있나요?
민철 : 지금은 음반으로 몇 개 버전의 녹음이 나와 있어요. 난 진정 10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슈베르트가 전혀 손대지 못한 3악장이 너무 안타까워요. 분명 머릿속엔 이미 악상을 그렸을 테지만… 건강이 더 이상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거죠.
소라 : 아 슈베르트는 31살이라는 아주 짧은 인생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스토리가 많은 작곡가네요. 미완성 교향곡이 3곡이나 되고 또 교향곡마다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있으니 말이예요.
태유 : 오늘 집에 가서 이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음악이 새롭게 들릴 거 같아요.
소라 : 그러게요. 저도 빨리 들어보고 싶네요. 참 요즘 전 너무 힘든데... 회장님, 총무님은 괜찮으세요?
민철, 태유 : ...
소라 : 아니 우리 얼마 전에 연주회 티켓 오픈하고 1분만에 솔드아웃 됐잖아요. 진짜 너무 좋긴 한데... 제 지인들 연락이 너무 많이 와요. ‘어떻게든 티켓 구해내라고...’ 힘들어 죽겠어요.
민철 : (웃으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요즘 지인들 전화 아예 받질 않아요. 욕먹어도 할 수 없죠.
태유 : (웃으며) 저도 그렇습니다.
민철 : 그러나저러나 슈테판 회장님은 연주회 때까진 건강이 회복되셔서 우리가 꼭 모실 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