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가 보낸 편지
2027. 11. 서울
소라 : 회장님, 재단 이사회에서 연주 결의도 끝났고, 남민수 지휘자도 곡이 감동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했잖아요. 이제 우리도 슬슬 타임라인을 짜야 할 것 같아요.
민철 : 맞아요, 이제 슈베르트가 지정한 연주일까지 딱 1년 남았습니다.
태유 : 그 전에 먼저 기자간담회를 열어서 이 역사적 사건을 알리고, 연주 일정도 함께 공식 발표하면 어떨까요?
민철 : 좋은 생각이야. 2027년 11월 19일이 슈베르트 서거 199주년이니까 그날이 상징적으로 완벽하겠군요.
소라 : 네, 제가 문화부 기자들에게 연락 돌릴게요. ‘역사적 기자간담회’라는 타이틀로.
태유 : 근데, 기자들 반응이 어떨까요? 전 그게 더 궁금해요.
민철 : 상상하기 어렵지. 음악계 전체를 흔들 이슈니까 아마 폭발적일 거야.
소라 : 기자들, 아마 충격에 빠지거나 못 믿겠다고 하겠죠.
2027년 11월 19일, 기자간담회 현장.
널찍한 홀을 예약했지만, 기자회견장은 금세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며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장내는 술렁였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긴급하게 슈베르트 기자간담회를 연 거지?” 기자들의 표정엔 의아함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분명 대서특필할만한 사건이 있을 거란 눈빛이었다. 마침내, 재단 3인방이 모습을 드러내고 단상에 앉았다.
민철 :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긴급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희 슈베르티아데 코리아 재단이 역사적인 사건(?) 하나를 공식 발표하고자 합니다.
기자 : (조급하게) 네.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 주시죠.
민철 : 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저희 재단은 최근, 슈베르트가 미래로 보낸 친필 편지와 악보를 입수했습니다.
기자간담회장이 술렁였다. “슈베르트가 미래로 보낸 편지와 악보라니… 말이 되는 건가?” 장내는 금세 술렁임과 속삭임으로 가득 찼다.
민철 : 네, 그렇습니다. 이제 이 편지의 내용을 저희 재단 총무, 오소라 씨가 직접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오소라가 단상 앞으로 나와 천천히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문장 하나하나가 울림을 남기며 회견장 안을 감쌌다. 몇몇 기자는 메모를 멈추고 멍하니 연단을 바라봤다. 그러나 편지가 끝나자마자, 다시 한바탕 술렁임이 일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 속삭임, 재차 확인하려는 눈빛들…
기자 : 그 편지, 어떻게 입수하신 겁니까?
민철 :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설명드려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잠시 숨을 고른다) 저희 재단은 그간 슈베르트의 유산을 잇기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왔고, 슈베르티아데 오스트리아 재단과도 긴밀한 교류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빈에 계신 슈테판 회장과의 신뢰 관계가 이번 기회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 편지와 악보는 빈에서 우리 재단에 공식 전달된 것입니다.
기자 : (숨을 삼키며) 그게… 사실입니까? 그럼 그 편지에 적힌 대로, 악보 봉투에 들어 있던 그 곡을… 내년, 2028년 11월 19일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에 맞춰 연주하겠다는 말씀인가요?
민철 : 네 그렇습니다. 저희 재단은 편지의 날짜와 지시를 존중해, 정확히 그 날 2028년 11월 19일에 그 곡을 초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슈베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남민수 지휘자께서 악보를 검토하신 결과, 연주가 가능하며 예술적으로도 대단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기자 : 그 곡은… 어떤 곡입니까? 악보 봉투 안에 들어 있었다는 그 곡의 정체를 알려주십시오.
민철 : (잠시 침묵 후) 이 말씀을 드리는 순간, 저 역시 떨립니다. 그 악보는 바로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 일명 '미완성 교향곡'의 제3악장과 제4악장입니다.
회견장이 숨을 멈춘 듯 고요해진다. 누군가의 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린다. 곧이어 회견장은 아우성처럼 떠들썩해진다. ‘믿을 수 없다’, ‘사실이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카메라 셔터 소리가 폭풍처럼 터진다.
기자 : 아, 이게 사실이라면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럼, 그 3, 4악장은 어떤 곡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민철 : 죄송합니다.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습니다. 이 곡은 슈베르트 본인이 ‘서거 200주년’이라는 시점에 맞춰 세상에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곡입니다. 그 뜻을 존중하고자, 연주 당일까지는 세부 내용에 대해 함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약간 숨을 고르며)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슈베르트의 세계를 뛰어넘습니다. 형식도, 감정의 밀도도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입니다. 공개되는 순간, 음악사의 지형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단의 웅성임이 다시 커지기 시작한다.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들고 나간다. 다른 이들은 필기를 멈춘 채, 넋을 놓은 표정으로 연단을 바라본다. 흥분의 도가니였던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매체들은 “슈베르트의 환생?”, “슈베르트가 미래에 보내온 편지”, “미완성 교향곡 완성으로 돌아오다!”, “편지의 진위, 과연 사실일까?” “슈베르트의 편지가 왜 한국에서 발견되었을까?”, “과연 슈베르트의 3, 4악장은 어떤 곡일까?” 전 세계 언론은 이런 제목으로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