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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y Soul Kim Jun 25. 2024

휴직하고 런던으로

8. 런던의 ARMY와 한국어 수업

런던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한국식 핫도그 맛집 <BUNSIK 분식>

내가 다닌 IH런던 어학원에서는 영어 외에 제2외국어 수업들도 있었는데,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한국어 포함 약 10개국의 언어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아침과 점심시간에는 나 같은 어학 연수생들을 위한 영어 수업이 있었고, 저녁에는 런던에 살고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제2외국어 수업들이 열렸다. 제2외국어 수업의 경우, 런던의 직장인과 학생들이 일과를 마치고 취미, 재미 혹은 자기 계발을 위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각 언어마다 여러 레벨의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어 수업만 하더라도 레벨에 따라 5,6개 반이 있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다른 나라 언어를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나는 우연히 기회가 닿아 한국어 선생님들을 몇 분 알게 되었는데, 덕분에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해 관심이 큰 런던 친구들을 새롭게 사귈 수 있었고 한 번은 한국어 수업에서 한국 콘텐츠와 한류에 대한 짧은 강의도 할 수 있었다.


한국어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한류 문화 콘텐츠의 인기에 비례하여 한국어 수강생의 수가 정확히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거쳐 BTS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의 K-POP과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의 수도 급증해서 수업의 개수도 늘어난다고 한다. 그만큼 한류 팬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한국어 수업에서 알게 된 학생들의 일부는 BTS 팬덤 ‘ARMY’였다. 다들 런던의 좋은 직장에 다니는 2,30대 유럽 여성들이었는데, 직장일을 마치고 한국어를 배우러 학원에 오는 푸른 눈의 ARMY를 알게 된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그들은 ARMY라는 공통점으로 한국어 수업에서 만나, 사회에서도 베프가 되었다고 말해주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나에겐 굉장히 놀라웠다.


한국어 수업의 관심도와 관련해 조금 아쉬운 것은, 전 세계의 언어를 놓고 봤을 때 아직 한국어가 인기 상위권의 언어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학습 인기가 높은 언어 중 하나인 일본어의 경우에는 문화적인 이슈에 크게 관계없이 일본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항상 많은데 비해, 한국어는 아직 한류 문화 콘텐츠의 유행 여부에 따라 학생 수가 많이 차이 난다고 한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에서 정점을 찍고 나서 그 이후로는 학생들의 관심이 다시 줄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류의 인기와 한국어 수업의 상관관계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은, 보다 직접적인 한류의 영향력이다. 한류의 인기는 비단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한국 음식과 한국 화장품 등 다양한 한국 상품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을, 한국 마트를 운영하고 있을 우리 재외동포들의 삶에도 닿아있을 것이다. K-POP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한류의 영향력이 누군가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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