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미술관에서 창의성을 얻는 방법
지난 6개월여 동안 런던에 살면서 여러 미술관들을 가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입장료가 무료이다 보니 미술관 가는 것에 부담이 덜했는데, 내가 언제 이렇게 미술관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미술관에서 런던살이의 여유를 온전히 느끼곤 했다.
좋아하는 런던 미술관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한 대영 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도 물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테이트 브리튼, V&A(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등이 더 좋았다. 조금 덜 알려진 곳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분위기 속에서 온전히 미술 작품들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것이지 이곳들 역시 한국의 미술관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고 엄청난 미술작품들이 가득하다) 또한 나처럼 미술사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미술관의 분위기도 엄청 중요한데, 테이트 브리튼이나 V&A 뮤지엄은 건축물 자체의 멋은 물론이고 실내 인테리어의 디테일들을 통해 고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유럽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특히 V&A 뮤지엄 내의 정원은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미술관에서 그림 그리는 아이들
게다가 나는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런던 미술관에서 본 가장 흥미로운 모습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테이트 브리튼 곳곳에는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미술 도구나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맘껏 그림 그릴 수 있도록 된 준비된 것이었다. 이러한 여건 덕분에, 내가 본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겐 고전 미술 작품을 ‘보는 것'보다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 아닐까? 신이 나서 부모에게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나에게 있어 미술관이란 곳은, 이미 많이 배운 수준 높은 교양인들만의 공간은 아니었을지 싶다. 그래서 나 역시 뭔가를 배우고 남겨가야 할 것 같은 공간이랄까. 하지만 미술관을 찾은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런 부담이 줄었고 그 이후로는 조금 더 편하게 미술관을 찾았던 것 같다.
Get Creative!
테이트 브리튼 곳곳에 놓인 미술 재료들 앞에는 'Get Creative!'라는 작은 문구가 적혀 있다. '창의성' 혹은 'Creative'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휴직 중에도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찌든 내가 저 아이들처럼 새롭고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지금 내게 필요한 창의성이 아닐까. 명작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명작 앞에서 그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또 그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것, 그것이 내가 미술관에서 창의성을 얻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