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런던 최애 동네, 말리본
오늘은 딱히 일정이 없는 주말, 우리 부부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커피 한 잔 하러 집을 나섰다. 5분 10분 정도만 걸어 나가면 우리 부부가 가장 애정하는 동네 '말리본(Marylebone)'이 나오는데, 마블아치 지역에 살면서 좋은 점이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가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Boxcar Baker & Deli 테라스에서 브런치와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데 그것만으로도 주말 기분 물씬이다.
런던살이 7개월 차, 우리에게 런던 최애동네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 '말리본 / Marylebone'이다. (영국사람들은 이곳을 메릴본이 아닌 말리본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몇 년 전 우리 부부가 런던으로 여행을 왔을 때는 이곳을 알지도 못했고 때문에 들르지도 않았다는 것. 아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한국에서 친구들이 런던으로 놀러 오면 우리 부부가 가장 먼저 데려가는 곳이 말리본이다. 카페부터 서점, 미술관, 빵집, 마트까지도 하나같이 예쁘고 고급스러운 이곳은 런던의 다른 동네와는 확실히 다른 멋이 있는 동네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하는 '부자동네' 정도의 단어로는 말리본의 바이브를 다 담지 못하는데, 화려하다기보다는 고급스럽고 럭셔리하기보다는 엔틱 하다고나 할까. 허세스럽지 않아서 더 소중한 말리본. 그곳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들을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던트북스는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힌 곳으로, 런던에만 5개의 서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이곳 말리본 점이다. 인테리어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던트북스는 또한 일반적인 대형서점과는 확실히 다른 독립서점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특히 여행서적과 가이드북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양한 책들을 장르가 아닌 '국가별'로 구분해 배치해 놓았다는 점에서 진열과 기획의 고유함을 가진다. 공간의 미와 더불어 책을 보여주는 차별화된 방식, 이를 통해 형성된 던트북스만의 엔틱 하면서도 힙한 매력은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게 만들었는데,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구매하는 '던트북스 에코백'은 던트북스의 고유한 바이브를 기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선물이다. 가격은 에코백 15파운드, 미니 에코백 10파운드.
이 미술관은 유럽의 15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친 유럽의 미술, 장식 예술품을 중심으로 특히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회화와 동시대 가구 컬렉션을 비롯한 보석, 식기 등의 다양한 장식 예술품으로 유명한 곳이다. 브리티시 뮤지엄, 내셔널 갤러리와 같은 대형 미술관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조용한 분위기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저택에 설립된 미술관으로 전체적으로는 규모가 작은 편인데, 각 방마다 배치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며 작품의 배치와 인테리어의 조화에 있어서도 그 디테일이 살아있다. 게다가 저택 중정에는 하늘이 보이는 러블리한 카페까지 있어서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서 커피와 디저트까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아내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항상 월리스 컬렉션을 가장 먼저 데려가곤 했는데 아내 친구들은 하나 같이 너무나 만족했다는...게다가 미술관 입장료는 무료.
이 밖에도 말리본에서 즐겨 간 곳들을 이야기하자면, 카페는 'Boxcar Baker & Deli'나 'Hagen Espresso Bar'를 자주 갔는데, 특히 하겐(Hagen Espresso Bar)은 말리본 중심가 하이스트리트에 위치한 카페로 덴마크 출신 바리스타들이 만드는 드립 커피와 북유럽 스타일의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다. 참고로 하겐은 말리본 외에도 런던에 여러 지점이 있으며, 난 드립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해서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셨는데 다 맛있었다. 또 고급 식음료점 Bayley & Sage도 구경할 것이 많은 마트이고, 100년 전통의 샌드위치 맛집 Paul Rothe & Son도 브런치 하기 좋은 곳이다. Paul Rothe & Son, 나의 추천 메뉴는 Egg Mayo 샌드위치와 Coronation Chicken 샌드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