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y Soul Jul 21. 2024

19. 런던 데이트: 도버 스트릿 마켓

'Dover Street Market' Market에서 예술을 논하다

오늘은 유명 패션 편집샵 Dover Street Market에서 여는 'Dover Street Market' Market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Dover Street Market 자체에 대한 설명은 생략, 패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소호에 위치한 런던 매장은 한 번 가보길 추천) 이 행사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귀한 Dover Street Market만의 특별한 세일 이벤트인데, 이 행사는 딱히 정해진 일정 없이 갑자기 열리고 작년에는 5월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다. 패션 아이템을 싸게 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패션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 역시 기대하는 맘으로 찾게 되었다.

'Dover Street Market' Market

나는 스케줄 때문에 행사기간 막판에 가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었는데, 첫날에는 좋은 아이템을 선점하러 온 패셔니스타들이 몰려서 입장하는 줄이 엄청 길었다고 한다. 팩토리 안에는 비싸고 화려한 명품 브랜드 옷들이 시장 물건들 마냥 정신없이 걸려 있고, 도도해 보이던 패셔니스타들 역시 오늘만큼은 하나 건지겠다는 자세로 열심히 옷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들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런 팩토리 세일 행사에서 조차 ‘예술'을 표방하는 다양한 설치 미술들이 행사장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작품들이 있었기에 횅한 팩토리 공간이 괜히 더 힙해 보이고 대형 비닐백을 끌고 다니며 세일 아이템을 뒤지던 사람들도 힙스터로 느껴졌다.

'Dover Street Market' Market

집에 와서 마켓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는데, 문득 ‘예술은 무엇일까 ‘라는 아주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쓸데없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 또 메시지도 불명확한 저런 작품을 다른 곳도 아닌 여기 창고 할인 행사장에 굳이 왜 넣었을까? 그런데 왜 나는 또 이곳을 힙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는 참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행위들이야말로 오히려 예술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요즘 시대에 우리가 힙하다고 부르는 것들은 하나 같이 효율성, 논리성,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예를 들어 ‘젠틀몬스터’ 매장의 거대한 설치물이 떠올랐다) 쉽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예술'이란 것은 적어도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이기에 우리의 '이성'이 아닌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예술마저 효율적이라면, 그 세상은 얼마나 이성적인 세상일지… 이성만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니 AI 로봇이 지배할 것 같은, 영화에서 본 그런 세상을 떠올리게 되어 숨이 막혔다. 감성이란 것은 때로는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감성을 건드려주는 ‘예술’이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상념들과 함께 다시 한번 행사장을 떠올렸다. 할인 행사 팩토리에서까지 추상적인 설치 미술을 전시해 놓는 그들의 예술가적 정신에 박수를 보내면서 'Dover Street Market’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한번 곱씹게 되었다. 비록 그날 맘에 드는 아이템을 찾지는 못했지만 'Dover Street Market’이 왜 이 시대 패셔니스타들이 열광하는 곳인지 느낄 수 있었던 하루.


'Dover Street Market' Market의 현장과 패셔니스타들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곳

https://www.dazeddigital.com/fashion/gallery/32196/0/dazed-club-does-dover-street-market-market

매거진의 이전글 18. 런던 데이트: 말리본(Marylebo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