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과 빅벤(BigBen)
작년 5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성당)에서 열렸다.
그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과 장례식,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모두 이곳에서 치러졌는데, 1000년 가까이 영국 왕실의 대관식과 장례식 등이 이어져 온 이 사원이야말로 영국 역사의 산물이다. 또한 이곳에는 영국의 왕들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는데, 왕과 여왕뿐 아니라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찰스 디킨스, 스티븐 호킹 등 영국의 위인들까지 약 3300명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한다.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시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부부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했다. 입장 티켓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사원 앞이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입장 티켓을 구매했는데, 온라인 구매를 하면 특히나 좋은 것이 이 티켓을 '연간 패스'로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다. 연간 패스는 하나의 입장 티켓으로 이곳을 3번이나 방문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기 때문에 금방 귀국하는 여행객이 아니라면 꼭 받기를 추천한다. 온라인으로 티켓 구매 후 첫 방문 시, 티켓 받는 직원에게 말하면 원래 티켓을 '연간 패스 종이 티켓'으로 바꿔서 발급해 주는데 그 종이 티켓으로 연간 최대 3번이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할 수 있다.(이후 방문 시에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지 않음) 이곳 입장 티켓가격이 약 4~5만 원 정도로 꽤 비싼 편이지만, 연간 패스로 생각하면 더욱이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연간 패스를 발급받은 우리 부부는 사원 입장과 동시에 건축물 내부의 우아함과 화려함에 감탄을 연발했다. 대관식을 시청하면서 봤던 장소를 직접 경험하는 것도 신기한 데다가 고딕 양식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성당 내부의 압도적인 디테일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이곳을 들어오기 전까지는 런던이 파리나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곳에 들어와 보니 '역시 영국이구나' 싶었다. 건축물 외부보다도 내부의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는데, 조각상의 디테일, 사원 천장 건축의 우아함, 스테인드글라스와 제단의 화려함, 정말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다 걸작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찾는 역사적 명소로서의 기능도 하지만, 동시에 아직도 매일 예배가 드려지고 있는 예배당이기도 하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예배가 진행되었는데 누구나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배 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데 시간 여유가 있다면 직접 예배드리는 경험을 추천한다. 왕의 대관식과 장례식도 영국 문화에서 보면 다 예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예배들이 계속해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 사원이 살아있는 예배당이란 증거일 것이다. 사원을 둘러보는데, 단순히 과거 역사의 건축물이자 박물관으로서가 아니라 지금도 예배당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이 더욱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영국은 지금도 왕이 실존하고 있는 군주제 국가라서 그런지, 우리가 방문한 많은 명소들이 오늘날에도 과거와 똑같이 사용되고 있었다. 윈저 캐슬도, 버킹엄 궁전도, 세인트 폴 성당도, 웨스터민스터 사원도 왕실에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또 지금 머물고 있는 장소들이 아닌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같은 유럽 다른 국가의 명소들은 과거의 역사적인 장소이자 관광지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의 역사적 명소들은 상당수가 지금도 제 기능을 다하며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런던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입장할 때는 무료 오디오 가이드 대여가 가능한데 특별히 한국어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이를 꼭 받기 바란다. 역사적인 배경들과 의미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관람이 더욱 유익해질 것이다. 영국 혹은 런던을 여행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추천 명소를 묻는다면 난 이곳만큼은 꼭 추천하고 싶다. 겉만 구경하지 말고 돈을 내고 들어가 보라고... 참고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유료로 관람한다면 세인트 폴 대성당 관람의 경우에는 유료 관광이 아닌 미사 예배(무료, 평일 오후 또는 주일 오전)로 대신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 모습들.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관람을 마치면, 바로 옆에 위치한 런던의 상징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팔래스(영국 국회의사당) 등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와 다리 건너편에 위치한 'Bridge Arch Photo'는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은 최고의 포토 스팟 두 곳이니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