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프로듀서 중심에서 멀티 레이블 체제로: K-pop의 새로운 길
K-pop은 그 시작부터 기획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SM, YG, JYP와 같은 3대 기획사들은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과 같은 1인 총괄 프로듀서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며, 아티스트 개별성보다는 기획사의 이름 아래 집단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 시스템은 K-pop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K-pop이 글로벌화되고 아티스트 수가 증가하면서, 1인 프로듀서 체제만으로는 더 이상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멀티 레이블 체제의 도입이 필수적으로 떠올랐다.
K-pop의 초기 시스템은 기획사 중심으로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SM 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을 중심으로, SM Town이라는 집단적 브랜드를 통해 기획사의 색깔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양현석을 중심으로 YG Family라는 이름 아래 독특한 음악적 색깔을 구축했고, JYP 엔터테인먼트 역시 박진영의 리더십 아래 JYP Nation이라는 브랜드로 소속 아티스트들을 관리했다. 위에서 언급한 3대 기획사뿐 아니라 당시의 많은 기획사들이 같은 방향을 추구했는데,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아티스트 개개인보다는 기획사의 정체성이 더 부각되었으며, 기획사의 이름만으로도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서구 음악 산업과는 매우 대조적인 특징인데, 서구 음악 산업에서는 아티스트의 개별성이 더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레코드 레이블은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여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구조다. 반면 K-pop에서는 기획사가 아티스트의 음악적 방향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이미지, 스타일링까지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이로 인해 K-pop은 1인 프로듀서가 중심이 된 각 기획사의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고, 팬들은 기획사에 대한 충성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K-pop의 이런 시스템은 아티스트가 개별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일관된 콘텐츠를 제공해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K-pop의 전통적 1인 프로듀서 중심의 운영 방식은, K-pop이 글로벌화되고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멀티 레이블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 체제 도입의 주요 배경은 아티스트 수의 증가, K-pop의 글로벌 확장, 그리고 프로듀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성이었다.
가장 먼저 JYP 엔터테인먼트는 2018년에 JYP 2.0을 도입하며 본부제를 채택했다. 이 체제에서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있지 등의 그룹은 소속 본부에서 독립적으로 관리되며, 아티스트들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로 인해 각 본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JYP는 더 많은 창의적 자유를 보장하게 되었다. SM 엔터테인먼트도 최근 SM 3.0 체제를 도입하며 여러 프로덕션이 각기 다른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멀티 프로덕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체제는 카카오와 하이브 간의 경영권 분쟁 이후, SM이 기존 1인 프로듀서 중심의 운영 방식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 도입된 것이다. SM은 이제 더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담아내기 위해 각 프로덕션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아티스트들의 활동 주기가 짧아지고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하이브(HYBE)는 2021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BTS의 글로벌 성공을 기반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하이브는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소화하기 위해 여러 기획사를 인수하고,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면서도 중앙 플랫폼을 통해 자원을 공유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 체제는 하이브가 더 많은 아티스트와 장르를 수용할 수 있게 하여, K-pop의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한 혁신적인 변화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과정에서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어도어(ADOR)와 방시혁 의장 간의 경영권 갈등이 발생해,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독립성과 중앙 통제 간의 충돌이 부각되었다. 이 사건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가진 성장통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았다.
하이브 내에서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대표 간의 갈등은 멀티 레이블 체제가 가진 독립성과 통제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산하 어도어(ADOR)에서 뉴진스(NewJeans)라는 독창적인 아이돌 그룹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하이브 내부에서는 여전히 중앙 통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으며, 각 레이블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문제로 떠올랐다.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의 경영에 대한 독립성을 주장하며, 하이브의 중앙집중식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고, 이에 방시혁 의장과의 경영권 충돌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중앙 기획사의 강력한 통제가 작용할 때 발생하는 성장통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K-pop 기획사들이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내부 갈등과 독립성 보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중앙 기획사의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기획사들은 이러한 체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유교적 문화는 기획사 내에서 계급과 질서를 중시하기 때문에,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문화는 상명하복의 체계를 강화하여 개별 레이블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K-pop이 앞으로 다수의 아티스트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레이블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만약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기획사 중심의 비슷한 스타일과 콘셉트에 묶여있다면, K-pop의 매력인 다양성과 독창성이 사라진채로 결국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K-pop의 미래는 기존의 브랜드 중심 시스템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개별성을 강화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K-pop 시장에는 4대 기획사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획사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기획사의 브랜드보다는 아티스트 개별적인 개성이 더 중요해지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면서도, 기획사 전체의 체계적인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K-pop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욱 다양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zRVC3v20Y
https://www.youtube.com/watch?v=z1ZIWJaKWGY&list=PL4PJxXkZVuWgaHO6e_10Z__MnLXTU0j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