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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일 전 구조조정으로 백수가 되다.

경기 침체기, 2025년 새해맞이하자마자 희망퇴직을 경험하다.

by 일련의 생각


결혼 3일 전, 백수가 되다


2025년은 희비교차가 어떤 의미인지 피부로 깨닫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25년 1월 18일 토요일에 결혼했다. 결혼식 3일 전, 2025년 1월 15일 수요일, 나는 회사 구조조정으로 백수가 되었다. 단 3일 동안 인생에서 최대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슬픔을 번갈아 경험했다.


2024년 9월, 나는 처음으로 이직했다. 막연히 품고 있던 핀테크와 글로벌에 대한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에 합격했고, 새 출발의 마음으로 출근했다. 입사 후 인수인계를 빠르게 익히고 단독 프로젝트를 수행할 만큼 회사에 잘 적응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일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적당한 워라밸, 회사에서의 인정까지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그러던 12월, 계엄사태로 인해 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급격히 상승하면서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송금량이 줄었다. 내가 종사하던 산업은 해외 송금이었고, 이로 인해 회사는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았다.


2025년 새해, 긴급 전사 타운홀이 열렸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원 약 150명 가운데 30%인 40명 정도가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나와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입사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고, 성과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칼날은 결국 나를 향했다. 희망퇴직 마감 5일 전, 갑자기 이사 미팅이 잡혔다. “회사가 어려워 필수 인력 중심으로 비상 경영을 해야 한다. 아쉽지만 당신은 필수 인력이 아니다.” 나는 되물었다. “성과를 내고 있는데도 제가 나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필수 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들었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스스로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없어 거절했지만, 이후 실장·팀 리더와의 면담이 이어졌고 결국 내 손으로 희망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다면 결국 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29살에 배웠다.


이직 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 성과를 내고 인정받는 즐거움도 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는 결혼식이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슬펐다. 아니,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결혼식 날 나는 눈물이 날 줄 알았지만, 너무 슬퍼서 화도 나지 않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경험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누군가 “무엇을 배웠냐”라고 묻는다면 아직도 답하기 어렵다. 오히려 신이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왜 꼭 결혼 전에 이런 시련을 주셔야 했나요?” 나에게 주어진 차가운 현실을 부정한 채, 인정하지 못한 채 결혼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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