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월 간의 기억
2025년 1월 18일 아내와 10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했다. 2025년 1월 15일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다. 인생에 가장 좋은 순간과 가장 힘든 순간이 함께 찾아왔다. 그래서 결혼식 때 나의 감정은 기쁨과 불안이 공존하는 양가적인 상태였다. 다스리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힘든 줄조차 모를 만큼 벅찼다. 행복한데 불안했고 불안했는데 행복했다. 태어나면서 처음 겪고 보는 감정이었다.
주변에서는 잠시 쉬었다가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쉴 수가 없었다. 가정을 잘 꾸리고 싶었다. 결혼이라는 자리는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든 행복한 일이 있든 부부가 함께 잘 이겨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하는 자리이다. 근데 나는 이 약속을 하기 전부터 어려운 상황에 아내를 끌어들이기 되었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 시작하면서 400개 회사에 지원했다. 서류 합격률도 13% 정도로 약 50개 기업에서 면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대략 70번의 면접을 보았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한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3개월 일하기도 했다. 허나 인간관계 이슈와 보수적인 분위기 그리고 직무적인 강점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그만두게 되었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한 것이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맞다. 내가 조금 더 버텨야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상황이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실패이자 동시에 시행착오였다. 당시에는 '이렇게 다니느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라는 판단을 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군대식 보수적 환경이 재현되면서, 무력하게 변해가는 내 모습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고 나서 현재는 핀테크 계약직으로 우선 가려고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계약직이라는 사실 때문에 내가 실패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라고 생각하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나는 아래와 같은 교훈을 배웠다.
1. 항상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는 거다.
2. 높은 점프를 위해서는 생물들은 움츠리고 에너지를 모은다.
3. 현실을 수용해라. 그래야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4. 인생에 어려운 순간에 어떤 선택과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각과 깊이가 달라진다.
5. 나한테 솔직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말할 수 있다.
6. 재미있어야 하고, 마음이 편해야 한다. 스스로를 벌주듯 살지 않는다.
7. 인생의 한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 그러면 일자리 바꾸는 것이나 잠시 쉬는 것은 굉장히 짧은 기간이다.
8. 70번의 면접을 통해 낯선 상대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 더 나아가서 배워야 할 행동과 절대 하지 말아야 행동을 배웠다.
9.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10.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전 과정 참여,자기 서사 재구성, 차별화이다.
이번 공백기 동안 핀테크일지 커머스일지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 산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인지 중요했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고 한 때 몰입했던 것들을 내가 왜 좋아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되돌아보니 좋아했던 것들의 공통점에는 자율성, 전 과정 참여, 자기 서사 재구성, 차별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