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정말 아름다울까 정말 착할까
예쁜 사람, 잘 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외모에 대한 잣대가 우리를 어리석게 만들기가 참 쉽다. 방송에서부터 SNS에 이르기까지 잘 생긴 사람 예쁜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러다보니 조금만 살이 찌거나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른바 루저의 길에 들어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른바 외모로 먹고 산다는 연예인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인기를 위해서 착한 이미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돕고, 똑똑하고, 마음을 잘 나누는 모습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재능있고 착하기까지 해야 살아남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음주운전을 했거나, 싸움을 하거나, 약물 중독이거나 꽁꽁 숨겨온 모습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대중들은 일제히 돌을 던진다.
우려가 되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 안에 감금된 그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을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다. 참다가 참다가 어느 순간에 어떻게 터질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프로포폴이니 졸피뎀 같은 약물에 중독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순간 대중들은 일제히 슬픔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빛나고 그렇게 아름답고 그렇게 순수한 영혼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죽음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한다.
상업적 방송과 천민 자본주의는 사람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들은 "아름다움"과 "착함"을 강요당하며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아름다움"과 "착함"은 모든 대중들에게 동시에 강요되어진다. 저렇게 아름답고도 저렇게 착해야 저렇게 성공할 수 있는 거라면서. 그런데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 그것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 오래 전에 오래오래 살았던 노자는 그 진실을 꿰뚫고 있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하고, 좋은 것만 탐하는 것은 인류의 태생적인 특성일 것이다. 아름답고 착한 것만 좋아하는 일은 인류 역사와 쭉 함께 해온 일이겠지만, 지난 100년간 영상 미디어의 탄생과 함께 인터넷 미디어로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그 영향이 더욱 증폭된 것이 사실이다. 아름다워야 빛나니까. 착해야 오래 보고 싶으니까.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구분하고, 탐닉하고 추어 올리며 살아왔다.
그렇게 스타를 만들고 탐닉한 후에는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즐겁게 소비하고 서슴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다. 연예계의 스타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직원을 뽑아서 필요에 따라 등골을 뽑고 필요없을 때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사람을 소비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 이야기한다. 있을 때와 없을 때,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 장점과 단점, 앞과 뒤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고. 그러니 혹여 좀 잘 나간다 싶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올라갈 때에는 내려올 생각을 해야 한다고. 내려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건 내가 언젠가 올라갔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생각하며 너무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랑하지 말라고. 그리고 무슨 공을 세우더라도 머무르려 하지 말라고.
<노자 도덕경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세상사람들은 모두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
사실은 흉측할지도 몰라.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착한 것을 착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야.
실제로는 착하지 않을 수 있지.
故有無相生,
그런 까닭에 있음과 없음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難易相成,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은 섞여 있어야 하고
長短相較,
길고 짧은 것은 서로 키재기를 하고
高下相傾,
높고 낮은 것은 자리가 서로 바뀌며
音聲相和,
소리와 울림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前後相隨.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르는 것이지.
是以聖人處無爲之事,
이 때문에
성인은 무슨 일이든 억지로 하지 않으며,
行不言之敎.
말 없이 가르치지.
萬物作焉而不辭,
새로 태어나는 것들에게도 별 간섭하지 않아.
生而不有,
혹여 뭐가 생겨도 소유할 생각이 없어.
爲而不恃.
뭔 일을 하더라도 자랑 따윈 하지 않으며,
攻成而弗居,
성공을 하더라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아.
夫唯弗居,是以不去.
그래서 굳이 떠날 필요도 없는 거야.
어디에도 안주하려는 마음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