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조언할 것 없는 인생>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엄마의 전두지휘 아래 우리 집이 인테리어 잡지 뺨치게 예뻤다는 건, <별로 조언할 것 없는 인생- 1권>을 읽은 분이라면 잘 아실 것이다.
처음에는 달마다 바뀌는 커튼과 침대보, 식탁보까지 모두 엄마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재봉틀 앞에 앉은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다. 아빠는 뜻밖에도 손재주가 좋아 금세 솜씨를 익혔고, 엄마는 덕분에 더 섬세한 디테일을 시도할 수 있었다.
바야흐로 엄마가 천을 고르고 디자인을 하고, 아빠가 그대로 재봉하는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그 무렵, 자신감을 얻은 아빠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느 날 놀이터에서 실컷 놀고 돌아온 나를 본 아빠의 눈이 반짝였다.
“00야, 이거 좀 봐라~”
그건 침대보를 만들고 남은 줄무늬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나는 작은 베개보인 줄 알고 신나게 방으로 달려갔다. 아빠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아니, 그거 입는 거야. 아빠가 만들었어.”
그날 밤, 졸린 눈으로 숙제를 마치고 자려는데 아빠가 물었다.
“그거 입어 봤어? 한 번 입어 보지.”
나는 아빠의 간절한 기대에 부응하려 대충 패션쇼를 했다. 거실 베란다 창에 비친 내 모습은 제법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다음날 자신 있게 그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기로 했다.
“잘 갔다 와!”
아빠는 마지막까지 바지 매무새를 살피고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여느 때처럼 즐겁게 학교로 달려가 책상 옆에 가방을 걸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서 있을 때는 괜찮던 것이 앉으려 하니 엉덩이 밑부터 턱 걸리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불편하게 어기적거리던 나는, 집으로 돌아와 울먹이며 소리쳤다.
“아빠! 이거 똥띠가 너무 껴!”
그날 저녁, 엄마와 아빠는 너무 웃겨 거실 바닥을 구르며 웃었다. 한참 웃고 난 뒤, 아빠는 멋쩍은 얼굴로 내가 벗어던진 바지를 살피며 말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네? 아빠가 미안해. 그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지.”
의기소침한 나를 위해 아빠는 다른 선물을 내밀었다. 샛노란 개나리 같은 망토였다. 엄마는 거기에 직접 만든 진주 브로치를 달아 주었다. 깜짝 놀란 건, 그 망토가 세 벌이었다는 것이다.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내가 함께 입으니 꼭 병아리 가족 같았다.
그 후로도 아빠는 여전히 재봉틀 앞에 앉았지만, 아쉽게도 바지는 더 이상 태어나지 않았다.
똥띠라는 말은...... 우리 가족의 언어였습니다. 네. 쓰고 보니 조금은 쑥스럽군요.
화요일, 일요일 연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