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2. 글쓰기

by 조용한 소란

나는 영화전공을 했다.

영화과 안에서도 세부전공으로 연출, 제작, 촬영, 사운드, 편집전공이 있었다. 그중 나는 세부전공으로 촬영을 선택해 졸업했는데, 내가 촬영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1. 시나리오를 쓰기 싫었다.

(당시 연출을 하려면 시나리오를 무조건 써야 했기에)

2. 여자가 무슨 촬영이냐며 앉아서 편집이나 하라던 과 선배의 말 한마디에.


2번은 ‘글쓰기’라는 제목과 맞지 않으니 차치하겠다.


3학년부터 세부전공을 정하기에 2학년 때까지는 공통된 필수전공을 들어야 했다.

그중 3시간 연강인 글쓰기 강의는 가뜩이나 재미없는 영화를 0.5배속 느리게 보는 것 마냥 따분한 시간이었다. 그 강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편 시나리오 하나를 내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때 알았다. 글쓰기는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사실 글과 나는 서로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맞지 않았다는 표현보다는 그저 내가 글쓰기를 싫어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직업상 읽어야 할 시나리오가 많았고 어휘력을 높이고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도 읽었다. 꾸준하게 글을 접했지만 단 한 번도 글 쓰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읽기만 했다.


그러던 내가 30대가 되고 작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작사학원을 다니며 가사를 쓰니 글 쓸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졌고 2~4분 짧은 노래 안에 담아내야 하는 가사가 다소 아쉬웠다. 좀 더 긴 텍스트로 쓰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글 쓰는 것이라면 몸서리 칠만큼 싫어했던 사람이 이젠 길게 쓰고 싶어 안달이라니.

사람 마음 참 모른다.


난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수많은 생각 속에 내린 결론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작사를 하고 싶었던 것도 가사라는 이름으로 쓰인 짧은 문장에 위로를 받았고, 그로 인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글의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위로를 받았듯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그들의 삶에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힘.

글 잘 쓰는 기술력은 내게 없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나의 진심이 어떠한 상황 가운데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가닿았으면 한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해서 쓸 것이다.

당신의 여백에 머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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