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이 Apr 10. 2024

택시기사의 낮잠

밤은 깊고 길은 어둡지만,
밤새워 운전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야간 할증으로 더 버니까.
졸린 눈동자를 부릅떠 어두운 길을 밝힌다.
토끼 같은 내 자식들, 먹이고 입혀 학교 보내는 즐거움에
내 두 눈은 지칠 줄 모르고 밝게 길을 비추어,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쉴 새 없이 손님을 찾았다.

어젯밤은 운수가 좋았다.
진상 손님도 없고, 내가 친절하다며 팁도 두둑이!

신명 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해가 떠 있고
오른 다리는 페달을 밟으려 하는데,
왼 다리가 붙잡는다.

이런 날 더 벌어야 하는데,
한때 나의 어린 꿈들을
보여주는,
낮잠이 너무나 아쉽다.

고단한 낮잠 속,
어머니 빈 젖가슴의 웃음과 울음에
배고픈 나의 허기와 그리움이
다신 볼 수 없는 그들의 웃음소리에
잠시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페달을 밟는다,
가족의 사랑으로 내 엔진을 가득 채워.

달리는
이 길이
여즉 피곤한데,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독자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