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이 Apr 11. 2024

불나방

"너에게 닿고 싶어"
그의 속삭임 같은 외침이
내 귓가를 애타게 울렸다.

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천장 위, 어둠을 가르는 그는
끝없는 불빛을 향해 걷는 중이었다.

주변을 맴돌며,
닿지 못한 아쉬움은
더 깊은 날갯짓이 되었으나,
결코 닿진 않았다.

허나 그의 소망은 분명하다.
"나는 너에게 닿고 싶어,"
절박한 날갯짓은 멈출 줄 모른다.

천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날 수 있는 그이지만,
닿을 수 없는 불빛에
목마른 갈증은
더 높고 뜨거운 비행을 선물했다.

"나의 불빛은 나의 사랑,
나의 꿈, 나의 그리움"
이제, 그의 고백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울린다.

"나의 소녀,
나의 어머니,
달콤했던 그날들이여!"
불빛에 반짝이는 날개에,
지나간 그리움을 담는다.

칠흑 같은 밤,
순수한 그의 날개짓은
마침내 불빛과 하나 되어,
영원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밤하늘을 수놓은
가장 뜨거웠던
그의 비행은 그렇게
내 눈의 별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택시기사의 낮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