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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Apr 16. 2024

파묘

곡할 노릇이다,
곡할 노릇이다, 저 산자락에 저런 흉한 것이.
그늘 아래 파다만 묫자리 위,
안개 틈새 까마귀들이 울음을 터트리네.

매미 울음조차 멈춘 깊은 밤,
부서진 관 속, 쉬 눕지 못한 저것이
어째서 저리도 끊임없이 기어 다니는가?

풍경소리 한 번 들리지 않을 산자락,
어둠의 지하를 뒤흔드는 저 상한 것이,
삶과 죽음 사이 공포의 숨을 거둬들이네.

잠들지 못한 새파란 별빛이 꿈틀대며,
그 상한 것에 깊이 스며들자
산 아래 삼신할미가 읊조리듯 대장군을 불러

어둠을 가르는 빛의 칼로 상한 그것을 단숨에 베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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