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이 Apr 18. 2024

화난 황소

투우장에 선, 대들보 같은 어깨를 가진 화난 황소,

작렬하는 태양빛에 뿔이 반짝이며 분노의 질주를 시작한다.

바람은 그 뿔을 날카롭게 쓸고 지나가,

그 아래로 서늘한 살기의 입김이 매몰차게 뿜어져 나온다.


폭발할 듯한 심장의 북소리!

화로처럼 뜨겁게 들끓는 숨소리!


잠시 멈춰 돌아보니,

웃으며 쳐다보는 인간들에

오래된 가슴속 상처가 불타올라

화난 황소는 가슴속 울분을 불태우며 더욱 노여워진다.


투우경기장 벽에

힘차게 부딪히자,

깜짝 놀란 인간들이

개미처럼 흩어진다.


그제야,

씨--익, 씨--익,

깊고 진한 숨을 내쉬며

잔뜩 성난 근육을 이완시킨다.


다시 일어나,

눈을 감고, 눈물을 삼키며,

눈을 떠서, 태양을 직시한다.

- 태양의 눈동자 속 황소만이 홀로 있다,

깊은 고독과 분노의 늪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포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