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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Apr 24. 2024

사슴 귀부인

화려한 월요일 정오,

브로케이드 드레스의 은은한 광택이 빛나며,

은장식이 세공된 여유로운 몸짓을 그리네.


행복이 오직 그곳에만 머물렀을까?

오직 그 반짝거림 속에서만!

저 은빛은 어떤 신비의 술잔을 들었기에

저토록 취해 버렸는가.


로마네 꽁띠의 루비향이 퍼지는 복도 끝,

와인 오프너와 트러플 옆 들꽃 같은 너를

나의 어둡고 기름진 눈에 박제하자,

소박하던 푸른 들녘의 눈동자에 어둠이 깃든다.


검은 어둠이 푸르름을 집어삼키자,

드디어 은빛 테이블 위, 발이 묶여버린 암사슴!

눈부신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

너의 정지된 하늘빛 눈동자 속

아련한 대지의 그리움이 점점 끓어오른다.


너의 자유의 허리를 더욱 꽉 조여

가장 고급진 크리스털 은빛으로 영원히 박제하자,

심해에서 솟아오르는 강렬한 향기가

사회의 깊고 어두운 곳에서 흘러나와

욕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들이

너의 가슴에서 루비빛으로 격렬하게 터져 나오자,

은빛 크리스털이 그 모든 걸 탐욕스레 삼켜

더욱 차디 찬 은빛 얼음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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