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어찌 그토록 세차게 내 얼굴을 때리던가.
그자의 추함이 남긴 깊게 패인 얼룩,
이토록 맹렬한 비로도 씻길 수 없으니,
다행히도 그 죄는 길게 흔적을 남겼다.
어두운 궤적을 따라
빗물에 축축이 젖은 발걸음으로,
가슴속 무거운 추를 달고서
정의란 이름으로 질문한다.
법의 그물은 차가우나,
그 손길은 얼음보다 더 차가웠다.
이로 인해 숱한 꽃잎들이 꺾이고,
불길한 시선에 꽃들이 재가 되어
영원히 사라졌다고
내 영혼이 울부짖는다.
잠시 멈춰서
타오르는 분노가 날 어디로 이끌려하는가를
묻는다.
이 분노의 욕망은 무엇인가?
법보다 강렬한 복수심에 타오르는 이 마음,
이것은 죄가 아닌가?
가슴속 깊이 숨겨둔 호주머니 안,
손끝에 닿는 마지막 총알의 뜨거움!
우리들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그 정의는 진실을 쫓아갔는가?
나는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가?
멈칫하는 마음에 귀 기울이며,
조각난 빙하처럼 찬 공기를 가르는
그 총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너의 죄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것은,
그 총알의 궤적 끝에 내가 서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이제,
이 뜨거운 총알은 나의 울분과 함께
용서의 불길로 내 주먹 안에서
더욱 뜨겁게 녹여 내리리라.
너의 어두운 궤적을
차갑고도 뜨겁게 터트리며
더욱 세차게 씻어 내리리라.
그리고
그 잿더미에서
잊혔던 씨앗이
비로소 터져 나와!
새로운 생명이
타오르며!
모든 고통을 초월할
희망의 불꽃으로 용솟음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