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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May 04. 2024

용서 1

빗줄기가 어찌 그토록 세차게 내 얼굴을 때리던가.


그자의 추함이 남긴 깊게 패인 얼룩,

이토록 맹렬한 비로도 씻길 수 없으니,  

다행히도 그 죄는 길게 흔적을 남겼다.


어두운 궤적을 따라

빗물에 축축이 젖은 발걸음으로,  

가슴속 무거운 추를 달고서  

정의란 이름으로 질문한다.



법의 그물은 차가우나,  

그 손길은 얼음보다 더 차가웠다.

이로 인해 숱한 꽃잎들이 꺾이고,  

불길한 시선에 꽃들이 재가 되어

영원히 사라졌다고

내 영혼이 울부짖는다.

잠시 멈춰서
타오르는 분노가 어디로 이끌려하는가를
묻는다.  



이 분노의 욕망은 무엇인가?  
법보다 강렬한 복수심에 타오르는 이 마음,  
이것은 죄가 아닌가?


가슴속 깊이 숨겨둔 호주머니 안,  
손끝에 닿는 마지막 총알의 뜨거움!



우리들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그 정의는 진실을 쫓아갔는가?  
나는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가?


멈칫하는 마음에 귀 기울이며,  
조각난 빙하처럼 찬 공기를 가르는

그 총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너의 죄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것은,  
그 총알의 궤적 끝에 내가 서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이제,  
이 뜨거운 총알은 나의 울분과 함께
용서의 불길로 내 주먹 안에서


더욱 뜨겁게 녹여 내리리라.


너의 어두운 궤적을  
차갑고도 뜨겁게 터트리며  



더욱 세차게 씻어 내리리라.


그리고
그 잿더미에서



잊혔던 씨앗이
비로소 터져 나와!


새로운 생명이
타오르며!


모든 고통을 초월할
희망의 불꽃으로 용솟음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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