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의 이야기 서두에 서 있는,
그 제목을 용서라 짓기로 했다.
서늘한 폐가, 벽에 숨겨진
흐트러진 흰머리카락의 인형들과 함께
한 소녀가 분노를 삼키며 무거운 침묵 속 멈춰 있었다.
그 소녀, 겨우 스무 킬로그램,
다섯 살 나이의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이 차갑고 어두워
홀로 그늘진 길을 걸었다.
어느 날, 고운 24색의 색연필들이
내장을 뒤흔들어
소녀의 순수한 영혼을 찢어놓고,
오래된 폐가의 그림자 속 머물던 흰머리카락의 인형들이 소녀의 평화를 위협했다.
"넌 날 버릴 수 없다!"
과거의 죄악들이 소녀에게 소리쳤다.
"너의 분노가 너의 힘이야!
어찌 그걸 놓으려 하는 것이냐?"
흰 머리카락의 소녀가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그 죄악들의 길기만 한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너를 용서한다,"
"내 침묵은 너의 공포가 되리라."
그러자, 흰머리카락의 인형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고,
차가운 바람이 폐가를 휩쓸며 소녀의 가슴을 쓸어내려 마침내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흰머리카락의 소녀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고,
용서의 침묵은 더욱 큰 힘을 가져다주었으나,
소녀의 한쪽 난소만 가득 채웠다.
그래서
소녀가 제대로 자라면
허벅다리와 가슴팍이 발달해서
뒷발차기의 선수가 되는 것이고
이 용서라는 옛이야기는,
고요한 평화 속으로 사라져 잊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