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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May 31. 2024

안나 F에게

터부 Tabu



애써 숨겨보아도

                     불쑥 튀어나와

    그림자처럼 다가와

          내가 그였던 걸

        들켜버릴까

두려워 숨죽이며



난 그런

      남자들 중 하나는 아니었다

   덜 영근 아이들을 보고서

흥분하는 그런 파렴치한 롤리타는

                아닌데



봉긋한 가슴 살결 위에 솜털이

         계단을 오를 때

보일 듯 말듯한 그 살결이

  내게 없던 자궁까지 아프게

할 뻔한 것이다



네가 자라서

여자가 되는 일이

날 왜 이토록  

끝없는 절망에

빠뜨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 맞다.

매일 밤 끙끙대며

네 방 창문 너머 어른거리는

세 번째 눈동자는

심연의 눈동자였다



이런 아비라도

괜찮겠니

아니 괜찮지 않다

어째서 그런 남자

(, 아비)가 되었을까?




안나 프로이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막내딸은

아버지로부터 정신분석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스스로를 분석했고, 사랑하는 막내딸도 분석했다.


안나 프로이트,

전통적인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이

동반자가 있었는데 도로시였다.



Dorothy Burlingham and Anna Freud at 20 Maresfield Gardens  (출처: freud.org)




음흠, 음흠, 그러니까. 저의 상상은 그렇게 흐르는 거죠.

카우치에 누워 아빠의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 안 하고 싶은 말 

검열을 거치지 않고 자유연상하다 보면은,

없던 갈망도 생겨버리지 않겠어요. 그 아빠도 그 딸도? 


쇠사슬에 묶여 있던 마음을

다 풀어헤쳐서 다 말하다 보면은

우리도 모르게 색다른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마련이니까요!


음흠, 음흠, 그러니까. 저의 상상은 그렇게 흘렀던 거예요.

프로이트 덕후로서, 한 번 더 크게 외쳐보자면

그는 '괴테 문학상'을 탔어요!

글이 잘 안 적혀서 고민이신 작가님들, 

그의 글을 한 번 읽어보세요. 





금기의 심연



안나는 작은 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 

옆 방에서는 아버지가 논문을 집필 중이셨다. 

방 안에는, 아버지가 쓰다 남긴 논문들과 자료들이 널브러져 있어, 그의 존재로 가득 차 있었다. 

안나는 손에 쥔 깃털 펜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 1919년 4월 15일


아버지의 눈빛은 나를 꿰뚫는다.

그의 권위는 나를 압도한다. 

나는 그 속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단순한 존경일까?



안나는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잔바람이 나무 가지를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가 마치 속삭이는 듯했다.

"안나, 들어가렴." 

그 작은 속삭임은 아버지의 그것처럼 날카롭고, 동시에 따뜻했다.




일기 1919년 4월 16일


아버지와의 분석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의 말은 나를 이해하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나는 그의 딸이지만, 동시에 그의 연인이 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이 금기의 심연 속에서, 나는 길을 잃어 헤매고 있다.



안나는 일기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넘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녀에게 끊임없는 갈등과 고통을 안겨줄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금기의 심연은, 그녀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혹은 그녀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안나 프로이트는 1936년에 <에고와 방어기제(The Ego and The Mechanisms of Defense) >를 출판한다.


The Ego and the Mechanisms of Defense, 1936.






함께 듣고 싶은 곡입니다 : 

https://youtu.be/8l9Lr9loHG4?si=ZNzqzHXXnul7Db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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