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장례식장을 둘러보았다. 내 눈은 더 이상 햇빛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여전히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 틈새로 달빛이 스며들고, 그 빛은 먼지 속에서 춤을 추었다. 공기는 무거웠고, 향초의 은은한 향기가 마치 말리꽃 향기 같았다. 하지만 꽃들은 고요히 자신의 색깔을 뽐내며 조용히 시들고 있었다.
첫 만남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날의 햇빛은 따뜻했고, 그의 미소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던 따뜻함, 그리움이 밀려온다.
저기 슬픈 얼굴의 남편이 서 있다. 그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그의 손끝이 떨리고, 입술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그의 눈가에 맺혀 있었다.
"선생님께선 글을 쓰셨지요? 시인이셨던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아침 안개처럼 희미하게 떨렸다.
무심한 얼굴의 동료가 이해를 한다는 식으로 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글쎄, 나쁜 작가는 아니었지.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그가 하는 말과 마음속의 생각은 어긋나 있었다.
밤을 새우며 글을 썼던 순간들.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달빛, 커피 향기, 손끝에서 느껴지던 열정. 그 모든 것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네, 맞아요. 아내는 글짓기를 사랑했습니다."
남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떨린다. 그의 말속에서 숨겨진 고통이 느껴진다.
하얀 국화꽃이 중심을 이루고, 고인의 뜻을 존중해 붉은 장미와 노란 해바라기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국화의 순백, 장미의 핏빛 붉음, 해바라기의 따스한 노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생명과 죽음을 명백히 가르고 있었다. 꽃잎의 부드러운 질감이 손끝에 닿을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옛 친구는 미소 지으며 다른 이들에게 말한다.
"글 한 줄 한 줄이 재치 있었지. 힘든 날 읽으면 힘이 되기도 했어."
그녀의 웃음소리는 과거의 추억 속에서 잔잔히 울려 퍼졌다.
그들은 나의 글을 어떻게 기억할까?
혹시라도 내 글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기억에 남는 한 줄의 문장, 혹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단어라도 그들의 삶 속에 반짝이는 희망으로 스며들어 있었으면 좋겠다.
내 글이 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거나, 잠시라도 생각에 잠기게 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여전히 긴장된다.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 지금, 나의 글이, 나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이제는 정말 알 수 있을까?
"그녀의 글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 " 누군가가 말했다. "그녀의 글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지, " 다른 이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