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가구가 본다
가구를 읽으며 기쁘고 싶다
가구와 있고 싶다
가구
그런
생각을 한다
목수의 손길을 타고 남아
나무로부터 정성을 전해 받아 든
든든한 원목 가구가 되고 싶다는
문득
목수가 된다
결 좋고 단단한 나무를 안고
톱과 대패, 거칢이 다른 사포를 들고
부드러운 원목의 변화를 상상하곤 한다
오래전
시골 한 가구점에서
쓰다듬던 기다란 나무 식탁
고운 색깔로 차려지는 부드러운 음식
초대받은 사람들의 기쁜 웃음을 담는다
덩그러니
전시되었던 흑갈색의 가죽 소파
이음새를 서로 물려 금속으로 잇지 않은
순수한 나무를 든든한 가죽으로 잡아
모서리 각을 이은 예술이 은은하다
지금
원목 가구가 아닌 나는
나뭇결 그대로인 식탁이 아닌 나는
이음의 예술이 된 소파가 아닌 나는
가구를 쓰다듬으며 일하는 꿈을 꾼다
장인들의
땀 배인 가구를 돌며
구석구석 정성 들인 마음을 읽어
가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흠뻑 안기고 싶다
온기를 가득 전하고 싶다
어디 가나
납작한 가구의 모습
의자도 납작
식탁도 납작
옷장도 납작
서랍도 납작
납작한 종이 박스에 반듯이 누워
어디선가 누군가 택배 박스를 열어
뚱땅뚱땅 세우고 끼우고 두드려 박아
조립의 신기술로 해체된 세상을 산다
아직은 해체불가 피아노 마냥
사람 몇이 땀 흘리는 삶의 소리들
끼우고 뜯어내며 빠른 시간 대신에
세상을 이어 붙이며 천천히 걸으며
온전한 가구의 생명을 전하고 싶다
시간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오는
진지하고 아름다운 가구점에서
가구를 이야기하는 상상을 한다
가구와 이야기하는 몽상에 간다
가구도 이야기하는 예술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