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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19. 2024

써보면 안다 5

0738

오늘도 어김없이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하루라는 편지가 도착했다

겉으로는 어제와 동일한 형식과 봉투로 봉해져 있다.


이 편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오늘이 지나면  편지지에 적힌 내용을 읽을 수 없다.


더 놀라운 점은 한 글자도 적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편지를 개봉한 이상 이 비밀들을 알아내야 한다.


유일한 편지 해독방법은 글을 스스로 적는 순간 편지지에 아로새겨지면서 그 비밀이 풀린다.


깊이 내면으로 들어가 해녀가 전복을 따듯  그만큼의 숨으로 문장을 길어 올린다.



써보면 안다.


하루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을!


시간이라는 허허벌판에 글을 쓰며 길을 낸다는 것을!


막막했던 공간들이 의미 있게 구획되는 놀라움을 체험하게 된다.


글을 쓰지 않고 하루의 비밀을 알아내는 방법을 아직까지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글을 쓰지 않으면 내 앞에 날아오는 공란의 편지들이 사절한 신문처럼 내 삶의 현관 앞에 이유도 모른 채 쌓여만 갈 것이다.


무수히 내게 구애하는 삶의 의미심장한 질문들에 매일 글로써 응답하지 않으면 공허함이라는 늪으로 빠지고 만다.


글을 써보면 안다.


살아가고 있는 한 쓴다는 행위는 선택이 아닌 인간의 처절한 숙명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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