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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20. 2024

프렌치 수프

0739

정성精誠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


정성이 참 귀한 시절을 살고 있다.


학생에게 지식 너머의 진리를 전하려는 스승의 마음을 만나면 경외감을 느낀다.


하나의 가르침이 숭고해질 수 있는 것은 정성을 다 하려는 그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대상에게로의 정성을 고려치 않고 가르치는 모양새는 포수와 교감 없이 투구하는 투수와 다르지 않다.


좋은 투수는 공만 던지지 않는다.


진실을 던지고

계획을 던지고

마음을 던진다


가 닿아야 정성이다.


예술은 진실이 쓰고 있는 가면입니다

철학도답게 트란 안 홍이 연출한 영화 <프렌치 수프>도 이전 영화처럼 관객의 감정에 도전하며 은유와 비유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가 발명한 영화적 언어들이 이 영화를 단순히 음식영화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겉으로는 요리를 둘러싼 로맨스로 보이지만 그 너머의 이야기를 무수히 쏟아내고 싶어 한다.


전반부 33분 동안 말없이(대사 아닌 소음의 언어에 가깝다) 요리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이 전부다.

중반부는 66분 동안 공간에서 복식을 차려입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하는 의식주를 보여준다.

후반부는 33분 동안 여주인공 외재니의 부재를 통해 요리를 매개로 한 배려, 관계, 태도를 사색케 한다.


영화를 건축처럼 지어 올리며 정성스럽게 한 가지 소재로 삶의 무수한 비밀과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들을 따뜻하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프렌치 수프를 만들듯 관객에게 대접한다.


침흘리다 눈물흘리다

침닦을 수건 한 장 눈물 훔칠 수건 한 장

손수건 두 장이 필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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