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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21. 2024

아트 디렉터

[영화] 프렌치 수프, 특별한 감사 to Yên-Khê(옌케)

[no 스포일러는 없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특별한 감사를 하는 건 엄청난 일이다. 엔딩 크레디트 직전, 옌케(Yên-Khê)의 이름을 읽고는 많이 궁금했다. 살아있는 사람, Yên-Khê(옌케)에게 감독은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Tran Nu Yên-Khê는 감독의 부인이며 이 영화의 아트 디렉터(Art director, 미술 감독)이다. 베트남의 배우로 1993년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의 여주인공이었다. 트란 안 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그리고 이 <프렌치 수프>가 나온 2023년, 30년이다. 영화에서의 20년 상징성을 현실에서 찾는다.


실제 존재했던 요리사를 모델로 쓴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라지만 나는 <프렌치 수프>가 그 둘의 삶에 대해 정중하게 경의를 표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감독은 누구에게 헌정했을까, 아트 디렉터로서의 옌케? 또는 아내? 영화를 봤다면 누구에게 갔을지 짐작할 수 있겠다. 


그 둘의 실제 결혼 생활이나 사랑이 현실적으로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지 관심은 없다. 나의 눈을 통해, 영화로부터 온 상상력을 현실의 판타지로 재조합하는 것이다. 순전히 내가 느끼고 내가 행복하고 내가 더 깊이 들어가 안식하기 위함이다.


가장 진실한 맛을 위해서는 문화와 기억이 필요하지. - 도댕(Dodin Bouffant)


삶도 그렇다. 가장 내밀하고 진한 기품을 지니기 위해서는 기억과 문화가 필요하다. 실제로도 서로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던 두 배우를 영화에 캐스팅한 트란 안 홍 감독의 촘촘한 밀도는 의도된 것일까. 크고 복잡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 제목, <La passion de Dodin Bouffant>, passion이라는 중의적 의미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이 폭풍 같았다. 그 미식계의 나폴레옹인 도댕(Dodin Bouffant)의 열정일까, 수난일까. 모두 맞다, 열정, 수난.


영어로 번역한 제목, <The taste of things>도 거대한 파도 같았다. the가 things 앞에 붙은 걸로 착각하고 영화를 봤다. 보이는 것들 그들 뒤에 숨어 있을 마음으로 보는 모든 것들에 지칠 만큼 집중하며 눈물을 쏟고 콧물을 쏟았다.


그리고는... 영화 후 우연히 다시 본 제목, the가 taste에 붙었었구나. 다시 돌아가는 영화 장면들. 눈물.


한국어 제목, <프렌치 수프>, 음식을 매개한 사랑 영화 정도로 읽으라는 거라면,  만일 정말 그렇다면 그 둘이 나누는 대화와 눈빛, 나누는 모든 찰나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만들어 내는 음식의 색깔부터 배치, 모양 하나하나가 마치 그 둘이 나누는 가장 내밀하고 흥분되는 황홀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삶의 철학과 태도가 아름답게 버무려진 영화다. 입체적으로 시간과 사랑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존재했던 그 공간 구석구석까지 감촉하며 기억하게 하고, 결국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의 문화로 남는다.



▣ 옌케(Yên-Khê) 자료 참고 - The taste of things,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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